'결정은 공동, 책임은 단독'…책무구조도 도입에 긴장하는 외국계 합작 운용사들
입력 25.07.17 16:26
금감원 '책무구조도' 도입에 긴장하는 외국계 합작사들
교보악사운용, 설립 이후 첫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
또다른 합작사 NH아문디도 주목…지배구조 개편 움직일까
  • 최근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계 합작 자산운용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양사가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당국이 책무 배분에 있어서 한층 까다롭게 검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최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국내 유일 외국계 합작 자산운용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까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번질지 주목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최근 프레데릭 벨만 이사를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조휘성 대표를 재선임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벨만 이사는 AXA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AXA IM) 출신으로, AXA 측 인사가 대표직에 오른 사례는 2007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이번 공동대표 체제 전환은 책무구조도 제도가 도입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AXA자산운용이 책무구조도 도입에 앞서 사전컨설팅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이와 같은 지배구조에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책무구조도 제출 기한인 지난 2일 전까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교보생명과 프랑스 보험금융그룹 AXA의 자산운용 부문인 AXA IM이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양측이 실질적으로 공동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에 따르면 이 같은 공동 의사결정 체계에서는 책무 역시 공동으로 분담돼야 한다. 그러나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설립 이후 줄곧 교보 측 인사가 단독대표를 맡고, AXA IM 측 인사는 부대표(COO)를 맡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의사결정은 공동으로 하지만, 최종 책임은 한 명의 대표가 지는 체제였다.

    외국계 합작 자산운용사들은 공동 출자 구조로 인해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특히 국내 금융사와 외국계 금융사가 1대1로 출자하는 구조에서는 하나의 의사결정에 두 배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어, 효율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이 같은 구조적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외국계 합작사들이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사례 또한 늘어나고 있다. 과거 하나UBS자산운용은 하나자산운용으로, 신한BNPP자산운용은 신한자산운용으로 각각 독립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 적용 이후부터는 외국계 합작 금융사들의 공동 운영 체제가 한층 복잡해 질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악사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유일한 외국계 합작 운용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NH아문디자산운용은 농협금융과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CA) 자회사인 아문디가 각각 60%,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각각의 지분이 동일한 교보악사손해보험과 달리 NH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농협이 더 많은 지분을 쥐고 있는 구조다. 반면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양 사의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 농협금융 출신 길정섭 대표가 단독대표를, 아문디 출신인 니콜라 시몽이 부대표를 맡고 있어 과거 교보악사손해보험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NH아문디자산운용 관계자는 "농협금융에서 대표를 선임하고, 아문디 측에서 부대표를 선임하는 구조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현재로선 지배구조 변화 계획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대형 금융투자·보험사 53개사 대상으로 진행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컨설팅을 마치고 컨설팅에서 발견한 주요 미비점 및 권고사항을 각 개별사에 전달했다. 권고 형식으로 강제성은 없지만 업계는 사실상 이를 지배구조 개편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고민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당국 지적사항들이 지배구조와 연결돼 있다 보니 금융사들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주 설득이 필요한 경우도 있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당국 권고사항에 맞춰 가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