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변수에 공정위 심사 부담…롯데렌탈 '글로벌 톱'보다 더 비싸게 산다?
입력 25.07.18 07:00
고밸류 논란 속 코인베 펀드 자금 조달 난항 여전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제3자 유상증자 '눈총' 변수
인수 구조 바뀌면…글로벌 대비해도 상당한 고밸류
  •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와 정부의 소액주주 보호 기조가 맞물리며 딜 클로징까지 변수는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밸류 논란에 따른 자금 조달 난항과 유상증자 구조를 둘러싼 비판도 인수 마무리 과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수 구조에 차질이 생길 경우, 어피너티가 롯데렌탈을 글로벌 톱티어 기업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파트너스는 롯데렌탈 인수와 관련한 코인베(Co-invest) 펀드 자금 조달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고밸류 인식과 더불어 유상증자 논란 등 여론까지 고려되면서 공동투자를 검토하던 출자자(LP) 다수가 보수적으로 접근해 계획한 만큼 펀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어피너티는 SK렌터카와 롯데렌탈 인수와 관련해 1조3000억원 규모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약 1조1000억원은 에쿼티와 메자닌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SK렌터카 지분 100%는 약 8200억원에 인수를 완료했고, 롯데렌탈 지분 56.2%는 약 1조5729억원에 대한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약 1000억2000억원 규모는 크레딧 펀드를 통해 메자닌 투자로 충당하고, 나머지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에쿼티는 어피너티의 6호 블라인드펀드를 중심으로 집행 중이다.

  • SPA 체결까지 완료된 거래지만, 딜이 ‘클로징’되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시선도 많다.

    해당 거래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통상 공정위는 다양한 절차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번 심사가 유난히 장기화되는 양상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유상증자 논란 등은 금융감독원 등 감독 당국이 들여다볼 사안으로, 별개의 이슈라는 점도 고려된다.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 및 경쟁 제한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법인차 렌탈 시장과 관련된 사안도 면밀히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인차 렌탈 시장은 국내 렌터카 산업의 핵심 축이자 성장을 주도하는 부문으로, 차량 등록 및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위 3~4개 대형 사업자(롯데, SK, 현대캐피탈, 하나캐피탈 등)가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렌탈(점유율 20.8%)과 SK렌터카(15.7%)가 사실상 경쟁 구도를 유지하며 가격 수준을 조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상위 사업자를 어피너티가 모두 인수하게 되면, 가격 경쟁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외에도, 정부의 ‘소액주주 보호’ 기조와 롯데렌탈의 유상증자 논란이 맞물리면서 인수 구조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피너티가 롯데그룹의 경영권 지분은 시가보다 약 3배 비싸게 매입하고, 롯데렌탈의 신주는 시가 수준에서 인수하는 구조를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건은 소액주주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이기 때문에, 정부가 직접 조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상증자 결정 당시 시장 반응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를 악재로 받아들이면 주가가 즉시 하락하지만, 이튿날 롯데렌탈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현재 주가가 인수 발표 이후 상승한 상태여서, SK렌터카와의 시너지 효과를 반영한 흐름이란 평가도 있다.

  • 다만 현 정부가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척결을 강하게 내세우고 있어, 결과를 단언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개정된 상법과 충돌했던 계획들이 잇따라 철회 또는 중단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8일 파마리서치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와 주주 권익 침해 우려에 부딪히면서, 지난 6월 13일 발표했던 인적분할을 공식 철회했다. 태광그룹 또한,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교환사채) 발행 계획이 투명성·절차·지배구조 측면에서 논란을 빚으며 결국 전면 중단됐다

    사안은 다르지만, 현 국내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롯데렌탈 인수 건 역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 자체는 시가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시장 반응이나 잠재적 이슈도 사전에 검토한 것”이라면서도 “최근 시장 사례를 보면 ‘정서법’이 적용되면서 사실상 ‘괘씸죄’가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에 변동이 생긴다면, 어피너티 측은 롯데렌탈 인수 가격을 ‘희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유상증자 당시 시가는 주당 2만9000원이었으며, 어피너티가 평가한 롯데렌탈의 주당 가치는 7만7000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약 36%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헤르츠(Hertz)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현재 주가는 7.73달러(한화 약 1만700원) 수준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가 SK렌터카까지 인수했기 때문에 공정위가 시장 독과점 측면에서 꼼꼼히 살펴볼 것이며, 기업결합은 조건을 붙여 마무리될 수 있어도 유상증자 건은 정부 기조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만약 조정이 생겨도 딜은 진행이 되겠지만, 가격 면에서는 글로벌 톱티어 회사를 인수한 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