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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한 것을 두고 사실상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조는 EB지만 즉시 교환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할인도 적용된 형태로, 전통적인 EB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앞서 두 차례 블록세일로 자금을 회수한 알리페이가 이번에는 EB 형식을 통해 물량 부담을 분산하며, 교환가액 지정과 대차거래를 통해 원하는 가격에 주식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핀테크 업체 알리페이는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보통주 479만6168주(지분 3.55%)를 대상으로 해외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총 2억500만달러(약 2834억원)를 조달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해당 지분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알리페이는 여전히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업계의 관심을 끄는 건 이번 딜의 이례적인 구조다.
EB 투자자는 발행일(8월 18일)과 동시에 주식으로 교환 청구가 가능하고, 3개월 뒤인 11월 27일 만기 시에는 반드시 주식으로 전환받게 된다. 통상 EB는 수개월에서 수년간 보유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구조지만, 이번 딜은 즉시 교환이 가능하고 만기 시 의무 전환되는 ‘초단기 EB’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특히 주식을 곧바로 팔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EB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주식 매매와 유사하다는 인상을 준다.
교환가액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교환가는 기준 주가의 90~102%(5만3190원~6만282원) 구간에서 결정되며, 사실상 할인 발행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EB는 오랜 투자에 걸쳐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구조여서, 15~20% 수준의 할증이 붙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거래와 대조되는 지점이며 할인율이 적용되는 블록딜과 닮아 보이는 지점이다.
이러한 특징이 맞물리며, 시장에서는 “형식은 EB지만, 실질은 블록딜”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처분이 핵심 목적에 가까워 보인다"며 "블록딜처럼 장 마감가 기준으로 일정 할인율을 적용하기보다는, EB 형식을 빌려 할인 폭을 줄이고 시장 반응 부담도 피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거래는 최대 102%의 할증 조건까지 포함돼, 상황에 따라 할증 발행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이번 거래는 공시상으로는 EB 발행이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알리페이의 세 번째 지분 매각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알리페이는 앞서 2022년 6월(지분 3.8%), 2024년 3월(2.2%)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페이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바 있다.
3개월이라는 짧은 투자 기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가 변동성은 ‘주식 대차거래’를 통해 헷지된다. 알리페이는 교환 대상 주식 전량을 삼성증권으로부터 빌렸고, 삼성증권은 이를 다시 EB 투자자인 골드만삭스에 재대여했다. 골드만삭스는 확보한 주식을 시장에 공매도해 주가 하락 위험을 방어한다.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미리 매도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EB 발행은 주가 급등 시점을 겨냥한 이익 실현 수단으로 해석된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기대감에 힘입어 최근 빠르게 상승했다. 올해 들어 지난 17일까지 주가는 121%나 뛰었으며, 이로 인해 한국거래소는 카카오페이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이번 딜을 계기로, EB가 블록딜을 대체할 우회적 현금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유동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직접 매각하면 시장의 반발이 클 수 있다"며 "시장 반응을 의식한 지분 매각 전략이 보다 복합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할인 적용·발행 즉시 교환…전통적 EB와 다른 ‘매각형 구조’
주가 급등기에 세 번째 지분 처분…블록딜 대체 가능성 주목
주가 급등기에 세 번째 지분 처분…블록딜 대체 가능성 주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8일 15: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