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잇따르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평가에서 잇달아 고전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이 연거푸 1등급에서 밀려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에 대한 당국 제재가 늘어나면서 대형 증권사들이 국민연금 거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랩신탁과 관련한 제재가 이뤄진 데다 올해 캡티브 관련 검사 등 당국의 검사 및 제재가 이어지면서 평가점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거래증권사 선정 시에 평가기준대로 점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1~3등급을 정한다. 높은 등급을 따야 거래 자금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증권사 법인영업 수익 중 국민연금 거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여부는 수익성이나 평판 등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6개월 간 감독 기관의 조치 사항을 받은 증권사는 전체 배점 100점에서 최대 5점이 감점된다. 절대적으로 큰 배점으로 보긴 어렵지만 업계에선 "단순 수치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반복적인 제재이거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일 경우 거래 증권사 선정의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선정에도 당국 제재 영향이 컸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가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불법 자전거래 및 손익 이전(돌려막기)과 관련해 하나·KB·한국투자·NH·SK·교보·유진·미래에셋·유안타증권 등 9개 증권사에 대한 제재를 확정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평가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줄줄이 제재를 받으면서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1등급에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중소형사들은 약진했다. LS증권이 1위를 차지했고, 이밖에 DB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1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올해 하반기 거래 증권사 선정에서 탈락해 눈길을 끌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에서 탈락한 이후 3기 연속으로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발생한 ETF LP 손실 사고 여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대형 증권사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거래 영역이 다양하거나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할 수록 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같은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되면 대형사들이 국민연금 거래증권사에 선정되거나 높은 등급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래 영역이 넓지 않고, 소극적으로 영업을 하는 소형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상당한 배점을 차지하고 있는 리서치센터 평가지표 또한 중소형사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100점 만점의 평가 기준 중 정량평가가 85점을 차지하는데, 이 중 '리서치 정량평가'가 20점, '리서치 정확성 평가'가 15점을 차지한다. 정량평가에는 세미나, 리서치 공식 커버리지 종목 수, 심화주제 보고서 등이, 정확성에는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예측데이터 등이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소형사들이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지는 리서치센터를 구축해 점수만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리서치센터 구축 및 운영, 자료 관리에 상당한 자원을 쓰는데 소형사들은 소수 인원이 기존 증권사들이 낸 자료를 뒤늦게 비슷하게 내는 방식으로 리서치센터를 운영해 점수만 받는 경우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추가 제재 가능성에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올 하반기 당국 제재가 이뤄질 경우 내년 상반기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회사채 캡티브 관련 검사가 대표적이다. 앞서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이 현장검사를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랩신탁, PI 캡티브 영업 등 당국 검사와 제재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중 대형 증권사들이 '씨가 마를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제재 여파…대형 증권사, 국민연금 거래서 잇단 탈락
중소형 증권사 약진…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지형 변화
리서치 평가 기준, 중소형사에 유리한 구조란 지적도
증권업계, 하반기 캡티브 등 추가 제재 여부에 '촉각'
중소형 증권사 약진…국민연금 거래 증권사 지형 변화
리서치 평가 기준, 중소형사에 유리한 구조란 지적도
증권업계, 하반기 캡티브 등 추가 제재 여부에 '촉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