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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Five Guys)가 한국 론칭 2년 만에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그룹 신사업을 주도해 온 한화그룹 오너가(家)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미래비전총괄)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승마 선수로 시작해 2014년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 부사장은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을 주요 계열사들을 두루 거쳐왔다. 개인적으로 사건·사고를 수차례 일으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복귀하기를 반복했는데, 자의반타의반으로 직책들을 맡아 현재는 그룹 내 계열사에서 7개(▲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부사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 부사장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 담당 부사장 ▲한화비전 부사장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부사장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 ▲한화모멘텀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의 명함을 갖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형제들과 견주어 비교적 갈지(之)자 행보를 보여왔는데, 한화그룹의 승계구도가 점점 명확해지는 시점에서 이젠 경영인으로서 진짜 능력을 증명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평가다.
파이브가이즈가 한국 시장에 론칭할 당시 한화갤러리아는 김동선 부사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회사는 오너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비교적 작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김 부사장의 첫 신사업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김동선 실장이 미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창업주를 설득했다", "김 본부장이 직접 현장 서비스 업무에 참여했다" 등등 김 부사장의 공이자 치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 정확히 2년이 지난 현재. 파이브가이즈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티저레터까지 발송하며 원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화갤러리아는 뒤늦은 공시를 통해 "파이브가이즈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글로벌 본사와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나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없다"며 모호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저조한 수익성, 본사와의 수수료 문제, 한화갤러리아의 재무부담 등 경영권 매각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진 못했다.
제아무리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 할지라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 김 부사장의 사진을 언론에 배포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때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다.
사실 김 부사장의 사업 실패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로봇이 파스타를 조리하는 콘셉트의 매장인 '파스타엑스'를 선보였으나 1년 만에 폐업했다. 지난 5월 오픈한 로봇우동가게 '유동'은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두 사업 모두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전략부문장(부사장)을 맡고 있는 김 부사장이 주도한 신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기업가든 사업에 실패할 수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고, 더 큰 성장을 위해 기회비용을 감수해야한다는 점 역시 일견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오너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겐 극히 드문일이다.
굴지의 대기업이 야심차게 시장에 선보인 사업이 불과 2년만에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한 달 만에 문을 닫는 너무도 굴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면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 부사장에겐 '한화'란 타이틀을 앞세울 수 있고, 또 그룹의 유무형의 자원을 마음껏 써가며 언제든 본인이 원하는 '실험'을 할 수 있는 '특권'이 쥐어져 있지만, 김 부사장이 직책을 가진 7개의 회사 어디에도 회사를 대표할 만한 명함은 없는게 현실이다.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로보틱스, 한화비전, ㈜한화 건설부문, 한화세미텍, 한화모멘텀 등에서의 김 부사장의 모든 직급은 ‘부사장’이다. 등기이사는 물론, 대표이사 직책도 맡지 않았다. 신사업의 성과를 내세울 땐 가장 먼저 카메라 앞에 섰지만 정작 사업 실패에 대해선 그 누구도 김 부사장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요식업을 비롯한 신사업과 심지어 금융업권에서도 수면 아래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석상에 드러난 활동과 수면 아래에서의 경영을 포함해 상당히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실 이렇다 할 경영성과로 꼽을만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김 부사장의 성과를 아직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서 찾는 우스갯 소리도 들린다. 여전히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도련님' 수준으로 평가하는 외부의 시선은 장기적으로 김 부사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역량을 총 동원해 급식전무 아워홈 인수를 추진했다. 또 한화그룹은 북한산에 위치한 리조트 '파라스파라서울'도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해당 M&A 모두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일가의 공(公) 또는 과(過)에 대해 취사선택(取捨選擇)에 능했던 한화그룹의 전례를 비쳐볼 때, 해당 거래가 김 부사장의 업적으로 남을지 반대로 조용히 묻혀버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1989년생인 김 부사장을 경영 수업을 받는 어린 오너3세 정도로 치부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우리나라엔 20~30대에 본인의 힘으로 조(兆) 단위 사업을 일군 창업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그의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은 20대에 총수자리에 앉아 그룹을 경영했고, 큰형인 김동관 부회장 역시 30대에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작은형인 김동원 사장은 어느덧 한화의 금융을 책임지는 핵심 인사로 성장했다.
김동선 부사장 역시 오너 경영인으로서 그룹 내 영향력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룹의 한 축을 책임지는 무게감 있는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젠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본인의 능력으로 입증해야 할 때다.
Invest Column
신사업 1호, 파이브가이즈 2년만에 경영권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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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