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 논의 급물살 산은, '최대 100조 첨단산업기금' 운용 역량 논란은 지속
입력 25.07.23 07:00
국회, 21일 산업은행 자본금 증액 논의
'최대 100조' 첨단전략산업기금 등에 쓰일 전망
산은이 관리ㆍ집행 역량 있는지는 논란
"불신에 대한 불식은 새 회장의 몫"
  • 산업은행 자본금 증액에 대한 국회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급물살을 탔다. 증액 규모 합의가 이루어지며 빠른 시일 내 자본금 상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정부 들어 부여된 산업은행 역할의 핵심인 최대 100조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운용을 위한 길도 열린다.

    물론 산업은행에 이런 대규모 자금 운용 역량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산은은 부산 이전 논란 등으로 인해 지난 3년간 대규모로 실무진이 이탈했다. 수장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대규모 자금 운용 권한을 쥐어주기에 앞서 산은의 역할론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1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상향과 산업은행 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현재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은 30조원이다. 6월말 기준 납입자본금은 27조400억원으로 자본금 소진율이 90%를 넘어섰다. 자본금은 은행 대출의 기본 재원으로, 통상 자본금이 1조원 증가하면 10조원의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본다.

    법정자본금 증액 규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15조원을 확충한 45조원을, 국민의힘은 20조~30조원을 확충한 50조~60조원을 제안해다. 증액 규모를 두고 이견이 드러나며 진통이 예상됐지만, 우선 15조원을 증액하는데 원만히 합의한 것이다.

    산은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관련 핵심기술 개발, 관련 기업 육성 및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역경제 회복 지원 및 사회기반시설 확충, 에너지 전환 분야, 구조조정, 인수합병,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시장 안정 등을 위한 정책 금융 수요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은 2014년 기존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상향된 후 변화가 없었다. 한도 상향 필요성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증액 규모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이 사이 자본금은 가파르게 증가해 한도 소진율은 2021년 70%에서 최근 90%까지 뛰어올랐다.

    증액된 법정자본금 중 일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산은법 개정안에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산은 내에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정부는 AI, 반도체, 로봇, 이차전지 등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50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용 대부분은 정부보증의 '첨단전략산업기금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지만, 일부는 산업은행 자체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첨단전략산업기금 설치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용 중이다. 연내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 정기 인사에 맞춰 운용 조직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현재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와 조직 규모 및 업무 분장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산업은행이 해당 기금을 운용할 주체로서 역량이 있는지는 아직도 이견이 제기된다.

    첨단산업전략기금의 규모(50조원)와 주체(산은)은 이미 지난 3월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대통령 직무대행 시절 결정된 내용이다. 다만 당시에도 그간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지원을 해왔고,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심사 및 관리 역량이 부족한 산은이 해당 기금을 맡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의문이 나왔던 바 있다.

    특히 지난 정부 당시 본점 부산 이전 정책이 추진되며 200명 이상의 인력 이탈이 있었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이탈 인력은 대부분 입행 5년~10년차 안팎의 4급~5급 안팎의 핵심 실무진이었다. 

    인력 이탈로 인해 본점 내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 보증 기금채와 민간은행 출자분까지 포함해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으로 운영될 해당 기금을 산은이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2020년 기간산업안정기금(40조원) 운영 당시에도 산은은 해당 기금 운영을 위해 본부를 신설하고 최대 35명을 배치했는데, 지금은 실무진 선발 및 배치가 더욱 어려울 거란 게 산은 안팎의 전망이다.

    산은은 올 초 감사원 감사 결과 부실 대출과 관리 소홀, 내부 비리로 인해 수백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정 지점장이 부실 대출을 알선하며 총 344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고, 그 와중에 채용 청탁 등 개인적인 부정 행위도 저질렀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였다. 하이난성 하이커우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1억3000만 달러(약 1900억 원)를 투입했다가 전액 손실을 내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자본금 상향 등 여야 이견이 있었던 이슈가 정리되는 모습"이라며 "자본금 증액이 실제 산업 지원과 정책금융으로 이어질 지가 관건인데, 이를 국민에게 증명하는 게 새롭게 임명될 회장의 몫"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