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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으로 삼성전자의 3배를 기록, D램과 낸드 합산 매출도 삼성전자와 동률까지 따라붙었다. 당분간 메모리 반도체 산업 내 전 지표에서 삼성전자를 꺾고 우위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22조2319억원, 영업이익이 9조212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35%, 6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41%로 전 분기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중에서 압도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D램 출하량이 회사 기대보다 크게 늘면서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들어 D램 공급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DDR4 등 레거시 제품군 생산을 종전보다 빨리 종료하겠다고 예고하며 수요가 몰린 데다 HBM 판매가 계속해서 늘어난 덕이다. 낸드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역시 직전 분기보다 70% 이상 늘며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선 이번 분기를 기점으로 SK하이닉스가 매출액 기준 메모리 반도체 산업 내 선두로 올라서게 됐다고 보고 있다. HBM 실적이 반영되는 D램뿐 아니라 낸드까지 합쳐서 삼성전자 추월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2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 매출액이 SK하이닉스를 근소하게 앞서거나 따라잡힌 상황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반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지만 SK하이닉스의 HBM 성장세엔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전년 대비 2배 성장을 예고했던 HBM 출하 가이던스를 그대로 유지 중이다. 고객사와 HBM4 공급 협의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연말 청주 M15X 신규 팹(Fab)이 가동되면 내년까지 실적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2분기 양사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이 거의 동률로 집계됐는데, 삼성전자가 HBM 공급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SK하이닉스가 D램, 낸드를 가리지 않고 지표 전반에서 왕좌로 올라서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낸드 산업에서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활용도가 AI 컴퓨팅 생태계에서 새로운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간 대역폭에서 병목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D램을 위로 쌓은 HBM만이 전방 AI 시장의 성장 수혜를 입었으나, 낸드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AI 활용이 증가하면서 토큰 생성량이 상상 초월하는 수준으로 커질텐데 기존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점이 온다"라며 "eSSD가 저장장치를 넘어 연산 캐시 역할을 하게 되면서 AI 시스템 내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이 2~3년 내에 크게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회사의 전망도 제시됐다. 최근 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의 D램 재설계 성과가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고 ▲올해를 정점으로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 확대 사이클이 완만해지는 데다 ▲HBM 공급사가 늘면서 기존 수익성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HBM이 AI 컴퓨팅 성능과 원가 구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다 보니 범용 제품에 비해 수요가 강력하고 선도 업체의 협상력이나 지위가 과거보다 강해졌다"라며 "SK하이닉스가 업계 리더로 부상한 배경에는 고객사 요구에 집중하는 팀워크, 기업문화 같은 소프트파워가 있다.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영역이고 이런 토양을 유지하는 게 리더십 유지하는 길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의 추격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해도 단기간 내 주도권이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가 범용 상품에 머물러 있던 과거와 달리 최종적으로 가속기(GPU)를 생산하는 데 D램 공급사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지난 수년 공동으로 개발·검증을 거쳐 HBM을 공급해온 경력이 계속해서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램 재설계 작업을 예상보다 빨리 마쳤지만 아직 HBM 추격 성과를 인정할 수는 없는 단계다. 마이크론이 좀 더 빠를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히 많다"라며 "내년 HBM 수요의 피크아웃을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긴 한데 물량 자체는 SK하이닉스가 선점하고 있어 한동안은 큰 변동이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2분기 D램·낸드 합산 매출액도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과 동률
영업익에선 삼성전자와 격차 3배까지 벌어져 전 지표 '1위'로
eSSD 쓰임새 새로 발굴되며 낸드도 2~3년 내 AI 생태계 편입
삼성전자·마이크론 추격에 HBM 우려 커지지만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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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24일 14:3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