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실적·신용도 동반 상승…회사채에 IPO·M&A까지 자본시장 러브콜
입력 25.07.25 14:20
HD현대重·삼성重, 회사채 시장 복귀 가능성
대한조선 이어 엔스엔시스·티엠씨 상장 준비
케이조선 실적 반등에 4년 만 매각 시동
  • 장기 부진을 겪던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과 실적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자본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조선업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며, 국내 조선사들의 구조적 반사 이익 수혜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장기간 회사채 발행이 없던 곳들도 등급 상향 등 우호적인 발행 여건에 시장 복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장호황기에 제때 기업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도 활발한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A+)과 삼성중공업(A-)은 올해 신용평가사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각각 한 단계씩 상향 조정됐다. 수주잔고의 질적 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 수익성이 제고됐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몇 년간 회사채 발행이 없던 곳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024년 1월 공모채 발행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3년 5월 사모채 발행이 마지막이다. 최근 등급 상향과 실적 호조 등 우호적인 회사채 발행여건이 갖춰지면서 몇몇 증권사를 통해 공모채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1조12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성차입금이 4058억원으로 절반 이상인 63.8%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성차입금 중에서는 회사채가 3780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으며, 연내 만기도래를 앞둔 물량만 1800억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총차입금 3조4166억원 중 단기성차입금이 90.9%인 3조1054억원에 달한다. 주로 은행기관 차입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와 차입구조가 단기화됐다. 보유 현금성자산은 5652억원에 불과해 추가 유동성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조선업종은 산업 특성상 막대한 운전자본 투입이 필요한데, 잦은 차입금 상환은 부담 요인"이라며 "회사채 등 중장기 자금 조달을 확대하는 분위기로 만기일을 연장해 상환 압박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오션(BBB+)이 지난 2월 1120억원, 7월 1200억원 등 공모채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 업황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말 2015년 이후 9년 만에 공모채 복귀전을 치렀다. 특히 이달 회사채 발행에서는 개별 민평(민간채권평가사) 평가 금리 보다 -65~101bp(1bp=0.01%포인트) 낮은 금리로 발행조건을 확정 지었다. 또 HD현대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A+)는 장기물인 7년물을 최초 발행하기도 했다.

    IPO 시장에서도 조선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남 해남에 조선소를 둔 중형 조선업체인 대한조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최종 공모가가 밴드 상단인 5만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참여 기관의 57%가 의무보유확약을 제시했다. 

    후속주자로는 조선기자재 기업 엔스엔시스, 선박용 특수 케이블 제조 업체 티엠씨 등이 준비 중이다. 에스앤시스는 2017년 삼성중공업에서 분리 독립한 회사로,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570억원을 모집해 내달 중 코스닥시장 입성을 계획했다. 티엠씨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구조조정을 거친 중견 조선사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은 최근 매각을 추진 중이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KHI컨소시엄은 케이조선 매각 주관사로 최근 삼일PwC를 선정했다. 지난 2021년 유암코 컨소시엄에 2500억원에 인수된지 4년여 만에 투자금 회수에 나선 모습이다. 케이조선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몸값은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자금 회수의 골든타임으로 읽히면서 자본시장 접근이 유연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