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大魚) 투심 바로미터 대한조선 공모 흥행에도...'빅딜' 자취 감춘 IPO 시장
입력 25.07.28 07:00
대한조선 일반청약·기관 수요예측 흥행했으나
중복상장 막히며 대어급 기관들 상장 멈춰
소노인터·명인제약·티엠씨 코스피 상장 예정
LS에식스솔루션즈도 연내 상장 쉽지 않아
  • 하반기 IPO 시장에서 조 단위 대어급 공모주가 자취를 감췄다. 빅딜 투심의 바로미터로 기대를 모았던 대한조선이 수요예측에 성공하며 흥행했지만, 올 하반기엔 이렇다 할 대어가 등장하지 않을 전망이다. 중복상장 논란으로 대기업 계열사 IPO가 줄줄이 멈춘 데다, 코스피 상장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한조선은 올해 IPO 시장의 핵심 기대주였다. LG CNS 이후 최대어로 꼽히던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고 상장을 철회하면서, 실질적인 대어 후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발행 예정 기업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빅딜인 대한조선의 흥행 여부를 투심의 바로미터로 삼아왔다.

    실제 대한조선은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17조원이 넘는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LG CNS(21조원)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90%의 기관이 밴드 상단 이상에 주문을 넣고, 60%가량이 보호예수를 설정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조선은 내달 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다만 대한조선 흥행에도 대어급 IPO 일정이 뚜렷하게 잡히지 않고 있다. 하반기 기대주였던 SK엔무브가 중복상장 논란을 넘지 못하고 상장을 철회한 데 이어, 한화에너지 역시 같은 이유로 상장 준비를 멈춘 상태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노렸던 기업 다수가 대기업 계열사였던 만큼,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상장 추진 자체가 녹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복상장 이슈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인 LS에식스솔루션즈도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올해 3분기로 잡더라도 거래소 심사에 통상 3~4개월이 걸리는 만큼 연내 상장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가 중복상장 관련 실무진 간담회를 가졌는데, 원론적인 내용만 오갔다"며 "일종의 원칙론적 기준선이었던 '물적분할 이후 5년' 기준도 최근 유명무실화한 상태인데다,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나오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국 하반기 중 코스피 상장을 완료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예비심사를 청구한 명인제약, 티엠씨와 예심 청구를 앞둔 소노인터내셔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소노인터내셔널의 예상 공모 규모는 약 7000억원이다. 그나마 올해 남은 딜 중 가장 크지만, 시장의 흐름을 바꿀 조 단위 빅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명인제약과 티엠씨는 중형 딜 수준이란 평가다. 명인제약의 예상 공모규모는 2000억원, 티엠씨는 1000억원 미만으로 점쳐진다. 

    시장에서는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심사 기조도 변수로 꼽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직 개편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하반기 기업 심사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당국과 거래소가 코스피 상장 심사 기준을 강화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사이를 저울질하다 코스닥행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예상 시가총액이 커서 코스피와 코스닥 중 고민하게 되는 기업의 경우, 발행사에 도전해보자고 제안하는 편"이라며 "거래소가 코스피 상장을 막는 건 아니지만, 시총과 실적이 충분히 높지 않하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7월부터 적용되는 IPO 제도 개선안도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제도 개정안의 적용 기준인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점'인 7월 들어 아직 증권신고서를 낸 기업은 없다. 이번 개정안은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물량으로 채우도록 규정하고 있다. 2025년 말까지는 30%, 이후엔 40% 이상을 확약 기관에 배정해야 한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관사는 전체 공모물량의 1%를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대한조선은 참여 기관의 60%가 의무보유 확약을 걸었지만, 증권업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한조선이니 그 정도 비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조선이 의무 확약 비율 규제 없는 상황에서 60% 가까운 비율을 기록한 건 고무적이지만, 이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유동성 집중이라는 특수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며 "대어급 딜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는 코스닥 상장 중심의 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