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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테슬라와 22조원 규모 차세대 자율주행 칩 생산 협력에 나선다. 길어지는 적자 국면에 반전 계기가 마련된 가운데 하반기 이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회복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165억달러(원화 약 22조7647억원) 규모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작년 회사 매출액의 7.6%에 달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부의 연간 매출액과 맞먹는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전자는 텍사스에 짓고 있는 신규 팹(Fab)의 2나노미터(nm) 공정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FSD) 반도체인 AI6 생산을 맡게 됐다.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고객사 정보는 만료일인 2033년 연말까지 공개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이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해당 사실을 직접 밝혔다.
주가도 기대감을 잔뜩 반영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6% 올라 7만원대 복귀를 앞두고 있다. 여전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비롯해 메모리 경쟁력 복원 성과가 불확실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회복 가능성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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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에선 테슬라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애플 못지않은 큰손 고객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기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원활하게 판매되려면 TSMC나 삼성전자처럼 2nm~3nm 이하 선단공정을 갖춘 파운드리와의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애플 IT 기기의 두뇌를 TSMC가 생산하는 것처럼 전기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칩 공급을 삼성전자가 맡게 된 셈이다. 양사 협력은 AI6 이후 테슬라의 자체 슈퍼컴퓨터 도조(Dojo)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까지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기존에도 테슬라의 구형 자율주행 칩을 생산해오고 있었지만 TSMC의 미국 현지 캐파(Capacity)가 부족하고 삼성전자가 머스크의 생산 개입을 일부 허용하면서 차세대 칩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향후 테슬라 FSD의 상용화와 도조의 B2B 서비스 확장 가능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게 드디어 확장의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로선 비메모리 반도체의 길고 긴 부진을 끊어낼 수 있는 분기점을 마련한 상황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애플이나 엔비디아 같은 대형 고객사 확보가 핵심인 수주형 산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 동안 파운드리 사업에만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TSMC의 유일한 대안 지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 기간 유의미한 수주 성과는 없었고, 종국에는 캡티브(내부 매출) 수요까지 놓치면서 시장 점유율이 반 토막 나고 매 분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올 상반기에만 비메모리 부문에서 5조원 안팎 적자가 난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당장 이번 계약으로 파운드리 사업은 매년 10% 수준의 매출 증가가 가능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부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할 엑시노스를 포함해 외부 고객사 이미지센서(CIS) 주문이 늘어날 예정임을 감안하면 60% 안팎까지 떨어진 가동률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1분기 기준 7.7%를 기록한 시장 점유율 역시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 테일러팹 걱정도 한시름 놓게 됐다는 평이다. 투자업계에서는 물론 삼성그룹 내부적으로도 26조원을 투입한 테일러팹을 굴릴 만한 고객사를 모셔오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테슬라가 삼성전자를 현지 파운드리 파트너로 낙점한 것을 계기로 향후 고객사 영업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해진다.
전기차업계 한 관계자는 "일론 머스크가 과거 파나소닉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 원통형 전기차 배터리 협력에서 보였던 성향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테일러팹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엄청난 개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를 잠재 불안 요소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에선 어디까지나 도전자 입장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라고 전했다.
콧대 높던 삼성전자가 지난 연말 인적쇄신을 단행한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전해진다. 그간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오랜 1등 DNA가 고객사 실망과 영업 실패로 이어져 현재 위기가 불거졌다는 진단이 많았다. 고객사 CEO에 신규팹 라인에 개입할 권한까지 주어진 상황은 이 같은 진단과 대조적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공정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직접 생산 라인을 걸어 다닐 것이다. 편하게도 공장이 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테슬라는 FSD용 칩은 물론 도조를 구성할 가속기(GPU)까지 엔비디아 같은 대형 팹리스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설계해 본 경험치가 누적돼 있다"라며 "만족할 때까지 고객사 공장에 손을 대는 성향이 파운드리에도 통할지는 알기 어렵지만 테슬라가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부의 구세주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美 테일러팹에서 테슬라 차세대 전기차용 AI6 생산
머스크 "내가 직접 라인 돌 것"…'애플급' 큰손 될 거란 전망 多
수십조 투입에도 손실만 내던 비메모리 부진 끊어낼 분기점 평
인적쇄신 후 드러난 첫 성과…하반기 기대감 속 7만전자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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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28일 15: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