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진정세 아쉬웠던 한화오션…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반색'
입력 25.07.31 14:22
미중 갈등에 한국 찾아온 중국·글로벌 선사들
갈등 잠잠해지자 발길 되돌려 수주 기회 놓쳐
한미 관세 협상 타결…1500억달러 조선에 투자
美 장벽 넘을 전략적 투자 기회…수주 증가 전망
  • 미국은 조선 산업을 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관세법 제301조 조치'를 발표했다.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선박 운영자 및 선박 소유자 ▲중국산 선박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단계적으로 부과하고, 3년 후부터 LNG 수출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산 선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자 중국과 글로벌 선사들은 한국에 발주를 넣기 시작했고 한화오션도 수혜를 봤다. 일부 선사는 중국 조선업체에 추가 물량 발주를 검토하다 한국 업체에 선회해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은 '관세 전쟁 90일 휴전'을 골자로 하는 제네바합의에 도달했고, 7월 30일엔 휴전 기한을 90일 더 연장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무역전쟁의 핵심으로 꼽힌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갈등은 지난 6월 런던 회담에서 봉합했다.

    미중 갈등이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자 한화오션을 찾던 중국과 글로벌 선사가 관망세로 돌아섰다. 한화그룹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한화오션이 준비하던 일부 건조 계약이 협의 도중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좀 더 장기화했더라면 수주 실적을 훨씬 많이 쌓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완화한 데 따른 아쉬움이 있지만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돼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은 긍정적이다. 최근 놓친 계약을 벌충할 수주 실적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단행하는 조건으로 한국에 부과하던 25%의 상호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는 양국 전략산업 협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이 중 1500억달러(약 208조원)는 조선 협력 전용 펀드로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오기까진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만 대규모 조선 협력 전용 펀드를 운용하기로 한 만큼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DS투자증권은 "1500억달러 펀드는 단순 선박 수출이 아닌, 미국 존스법, 반스톨레프슨 수정법(군함) 등의 장벽을 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 펀드는 ▲한화오션의 필리 조선소 인수와 같은 미국 조선소 직접 투자 및 현대화 ▲한국의 설계·기술과 미국의 건조 역량을 결합하는 합작법인(JV) 설립 ▲해상풍력 설치선, LNG 벙커링선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의 미국 내 건조를 지원할 것"이라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해상 안보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선박을 한국의 도움으로 자국 내에서 확보하는 '윈윈' 구조"라고 평가했다.

    연초부터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한화오션은 한미 관세 협상 소식 이후 11만49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달성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한화오션 목표가를 ▲하나증권 12만원 ▲DB증권 12만원 ▲SK증권 12만원 등으로 줄상향했다.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조금만 더 이어졌어도 수주를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중 관세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줄어든 점은 더욱 긍정적"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