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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기업 조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투자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메자닌, 파생금융상품 등 부채 회피 전략에 대한 당국 판단이 달라지고 소액주주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면서 종전 방식을 고수하기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한 계열 지원 거래 전반에 대한 점검에 돌입했다. 지난 4월 TRS를 통한 기업집단 내 우회 보증을 탈법행위로 보겠다고 고시를 제정한 뒤 CJ그룹 외 유사 사례를 들여다보겠다는 형국이다. 한국거래소에선 모회사 주주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중복상장 심사 기준을 예고하고 있다.
28일엔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기존 안보다 더 강한 개정을 연달아 추진하는 것이다. 주주 권익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의사결정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회나 정부당국 행보 하나하나가 기업들의 조달 문턱을 높이는 데 집중되는 듯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기존 계획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만 20여개 기업공개(IPO) 작업이 중복상장 논란 속에 무산, 연기된 것으로 파악된다. 재무적투자자(FI)에 우선주(RCPS·CPS 등)를 발행해 대출 성격의 자본을 조달하고 나중에 상장으로 갚아주겠다는 계약들도 순차로 틀어졌다.
문제는 상장이 어려워진 기업 모회사들도 지불 능력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점이다. FI 투자금을 상환할 때에도 파생금융상품이나 메자닌 등 부채 회피 전략을 우선시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변수가 발생한다. TRS에 대한 공정위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은 때 주가수익스왑(PRS) 문제까지 얹어졌다. PRS는 TRS와 달리 자산가격 변동 등 권리 일부만 주고받는 구조라 통상 파생금융상품으로 처리해왔으나, 최근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졌다.
갑자기 PRS를 부채로 취급하면 금융사 위험자산(RWA) 관리나 기업의 자본 부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당장 변동이 없을 거라 내다보지만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올 들어서 중복상장만 막힌 게 아니라 유상증자도 금융감독원 허락 없이는 진행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전략자산처럼 활용되던 자사주 역시 소각 외 다른 방식을 택하면 공세에 시달리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자문업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도 SK엔무브 FI 투자금을 상환하려고 자사주로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정했는데, 직후에 태광산업 EB가 문제가 됐다"라며 "중복상장 문제도 그렇고 기존에 되던 것들이 한끗 차이로 계속 가로막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통용되던 방식들이 하나 둘 변수를 맞닥뜨리는 가운데 PEF들도 투자 전략을 재점검하고 있다.
대형 PEF 한 운용역은 "프리 IPO도 여력 없는 대기업들이 부채처럼 안 보이게 돈 끌어오는 수단이었는데, 이젠 상환할 때 쓰는 PRS 같은 우회로까지 막으려 하는 건가 싶었다. 피투자사에서 역으로 문의가 올 정도"라며 "PRS, TRS의 회계처리 문제나 중복상장 규제 움직임, 상법 개정으로 이사회 시스템이 얼마나 바뀔지 등을 꽤 진지하게 스터디하면서 투자 전략을 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대기업 계열 프리 IPO 거래를 들여다보다 접은 사례도 전해진다. 해당 기업집단 내에 중복상장 문제가 얼마나 중첩돼 있는지, 잠재적인 지불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회수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의 11번가나 CJ그룹의 CGI홀딩스,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콘텐트리중앙의 SLL중앙처럼 상장도 매각도 상환도 어려운 사례가 늘고 있기도 하다.
다른 PE 한 관계자는 "소수지분 투자에선 KKR의 SK E&S 투자 사례처럼 알짜 자산으로 회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기존 FI 투자금을 더 나은 조건으로 받아오는 방식도 고민 중"이라며 "PE들마다 중복상장 문제로 회수 우려가 커진 포트폴리오들이 하나씩은 다 있기 때문에 일단 정부당국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여기저기 문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정부당국 주주권익 강화 집중하며 조달 문턱 지속 상향
TRS 탈법, 유상증자 심사, 자사주 EB 논란, PRS 회계처리 등
"되던 게 안 된다"…중복상장 출구전략에서도 계속 변수 발생
PE들도 규제, 법 개정 움직임 주시하며 투자전략 등 재점검
TRS 탈법, 유상증자 심사, 자사주 EB 논란, PRS 회계처리 등
"되던 게 안 된다"…중복상장 출구전략에서도 계속 변수 발생
PE들도 규제, 법 개정 움직임 주시하며 투자전략 등 재점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7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