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쉬핑, 국내 금융사 대상 자금조달…HMM 대신 독자노선 택한 한화오션
입력 25.08.01 13:08
한화오션, 존스법 대응해 캡티브 해운사 육성
필리 발주 앞두고 韓금융사들과 수요예측 착수
조달 자금은 LNG선 발주에 주로 투입될 전망
  • 한화그룹이 조선업을 넘어 미국 중심의 해운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심에는 한화오션이 미국에 설립한 해운 자회사 한화쉬핑(Hanwha Ocean Shipping LLC) 이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쉬핑은 최근 국내 주요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선박금융 자금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천억원대 규모가 거론된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진행 중인 한미 간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사업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 조달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장 반응을 가늠하기 위한 수요예측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조달될 자금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1억달러(한화 약 1380억원)에 인수한 미국 필라조선소(Philly Shipyard)에 LNG 운반선을 발주하는 데 투입될 전망이다. 한화쉬핑이 해당 조선소에 직접 발주하고, 그 자금을 국내 금융권에서 조달하는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내에서 선박을 설계·건조하고 미국 국적을 부여받으며 미국 선원이 운항하는 형태라는 점에서 '존스법(Jones Act) 대응형 선박 발주'로 인식된다. 존스법은 미국 항만 간 화물 운송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이 미국 국적을 달고, 미국인 운항 인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트럼프 2기에서는 해당 요건을 LNG 등 전략물자 운송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논의가 커지고 있다.

    LNG선 1척당 발주가는 약 2억5000만달러, 한화 기준 약 3000억원 규모로 한화쉬핑은 복수의 선박 발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 응하는 금융기관들은 선박금융과 유사한 론(loan)과 에쿼티(equity) 구조 혼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저위험 중수익' 투자처인 만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증권사는 PF부서 자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해운업을 준비해온 것은 수년 전부터다. 김동관 부회장 중심으로 미국 정부와 교류하며 존스법 해석 강화 흐름을 감지한 한화그룹은 한국 해운사 인수보다는 미국 내 자체 해운사를 세우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화오션(조선소)에 LNG선 중심의 에너지 선박을 발주하고 운영할 해운사 모델을 미국 내에서 구축하고, 이를 그룹의 조선·방산·에너지 사업과 연결하는 것이 장기 구상이다.

    당초 한화는 해운업 진입을 위한 방안으로 HMM 인수를 검토한 바 있다. 다만 HMM은 컨테이너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고,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정책적 영향력 아래 놓여 있어 전략적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내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캡티브 해운사'를 독자적으로 설립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미국 텍사스에 설립된 법인 한화쉬핑은 미국 해운법상 완전한 미국 국적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법률적으로 미국 법인 구조를 갖췄을 뿐 아니라, 미 해안경비대(USCG) 인증 절차를 통해 미국 선박 안전 기준(ACP) 적용 준비도 병행 중이다.

    투자업계에선 한화쉬핑의 첫 자금조달을 단순 선박 건조 자금 이상의 의미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 내부에서 조선·해운·에너지를 아우르는 수직계열 구조가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화쉬핑은 한화오션이 100% 출자한 미국 중간지주사(Hanwha Ocean USA Holdings Corp) 산하 자회사로, 조선에서 운영까지 수직 계열화를 위해 설립된 전용 선사다. 즉 한화오션→Hanwha Ocean USA Holdings→한화쉬핑의 지배구조 형태다. 실제로 한화시스템도 지난해 미국 중간지주사에 지분 투자하면서 김동관 부회장 소속 계열사간 내부 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선박금융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해운 구상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미국 내 산업 규제 대응과 그룹 주력사업 내재화를 동시에 꾀하는 구조 전환"이라며 "한화쉬핑은 앞으로 단순 법인 이상의 전략적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한화쉬핑과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