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염가 매수' 맞나…동양생명 기본자본 킥스 50% 붕괴 초읽기
입력 25.08.05 07:00
우리금융, 동양생명 증자 필요성 부정하지만
동양생명 떨어지는 자본비율에 우려커져
증자 부정하는 우리금융 경영진 신뢰성에 의문도
임종룡 회장 연임 변수로 작용 가능성도 거론
  •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를 놓고 '염가 매수' 논란이 일고 있다. 동양생명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증자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우리금융은 당장 증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동양생명의 자본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의 우려대로 증자가 이뤄진다면 우리금융이 그간 약속했던 주주환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임종룡 회장의 최대 치적으로 자랑했던 보험사 인수가 오히려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에 문제를 제기하게끔 하는 상황이다.

    이성욱 우리금융 부사장은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에서 동양·ABL생명의 자본을 우려하는 질문에 "현재 상태에서는 킥스 비율을 봤을 때 추가적인 증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보험사 자체적 자본력 개선, 본업경쟁력 강화 등 체질개선에 중점을 둔 경영계획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유상증자에 선을 그은 건 인수한 보험사들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미 CET1 비율 등의 하락이 불가피해서다. 2분기 CET1 비율이 12.76%로 연말 목표를 조기 달성한 상황에선 증자를 피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성욱 부사장은 지난 2월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이후 보통주자본이 확대되고 있어서 올해 말 기준으로 보험사 인수 전후로 자본비율 영향이 없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올해 들어 동양생명의 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해당 발언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킥스 비율은 127.2%로 규제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2023년 말 193.4%, 작년 말 155.5%에서 꾸준히 하락세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양 보험사의 자본이 감소하며 염가매수차익이 처음에 기대했던 규모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자본비율에 큰 변화가 없을 정도의 염가매수차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염가매수차익 감소로 소폭의 자본비율 하락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에서 보통주자본비율 12.5~13% 구간에서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자회사 편입에 따른 하락 영향을 감안해 3분기 CET1 비율이 추가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추가 주주환원을 논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생명보험사 편입으로 발생한 약 31bp의 자본비율 하락 영향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9bp 이상의 상승 여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에도 중대한 기로다. 우리금융은 4대금융지주 중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가장 낮다. 임 회장의 숙원이었던 보험사 인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밸류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투자자들의 외면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동양생명이 오는 9월 미화 3억달러(한화 약 3481억원)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앞둔 점은 우리금융에 더욱 부담이다. 해당 신종자본증권은 새 지급여력(K-ICS·킥스)제도 이전인 2000년에 발행돼 기본자본으로 인정됐다. 지난 1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은 1조5290억원으로 콜옵션 후엔 1조1808억원으로 감소하게 된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가능성도 희박하다.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은 이자비용을 이익잉여금 내 배당가능이익에서 충당해야 하는데, 동양생명은 지난해 결산 배당조차 실시하지 못했다. 이자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 투자자가 채권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본자본 규제가 확정되고, 동양생명의 콜옵션 후 킥스 비율이 급감한다면 유상증자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스스로 자본력을 개선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보니 시장에서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일인데, 우리금융이 증자를 하지 않겠다고 단언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