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잘 나가는데 우리도 한번 해볼까?"…ODM 기업들의 'PB상품' 딜레마
입력 25.08.05 07:00
해외서 성공사례 늘자 자체브랜드 모색하는 ODM사
코스맥스 등 대기업도 뛰어드는 PB시장
부족한 마케팅 역량, 고객사 이해관계 등 한계도 명확
  • 해외에서 성공한 인디브랜드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자체 브랜드를 출시해보려는 제조사들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를 상대해온 화장품 브랜드사와 비교해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문제로 인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탓에 성공한 사례를 찾긴 극히 드물다.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를 사업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PB 상품이 성공할 경우, 고객사의 성공에 따라 ODM 업체로서 얻는 이익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큰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화장품 ODM업체 코스맥스는 지난 2023년 초개인화 뷰티 플랫폼 '쓰리와우(3WAAU)'를 론칭하고 2년 넘게 운영 중이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맞춤형 화장품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샴푸와 트리트먼트 등 헤어제품을 시작으로 에센스 등 스킨케어제품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해 9월 쓰리와우에 대한 추가 투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에선 쓰리와우가 사실상 코스맥스의 PB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다. 해당 사업이 회사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고, 아직까지 확장에 대한 뚜렷한 방향성도 정해지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장품 ODM 업체가 PB 사업을 전개하면서, 고객사들과의 이해상충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스맥스는 쓰리와우 사업에 대해 "이윤을 보기 위한 목적의 사업이 아니다"며 "현재의 제품 개발·생산(OEM·ODM)에서 한발 더 나아가 브랜딩부터 마케팅까지 담당하는 제조업자브랜드개발생산(OBM)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데이터 수집 차원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OEM·ODM업체들 사이에서도 자체 PB상품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한국산 화장품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며 성공하는 인디브랜드의 사례가 많아지고는 있지만, 화장품 브랜드 시장의 성장세만큼 수익성이 비례하지 않는 ODM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지고 있단 평가다. 사실 인디브랜드들은 사업모델 자체가 ODM사들이 제조한 제품을 기초로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형식이다 보니 대부분은 제조 기술이 없는게 현실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제조업체 A사는 핵심 원료를 다루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완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자체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A사의 자체 브랜드 매출은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A사의 본사업과 비교하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편이다.

    국내 한 자문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사들이 큰 몫을 챙겨간 여러 사례를 보고 중소형 제조사들이 부러움을 느끼는 모습이 여럿 보인다"면서도 "많은 ODM사들이 자체 브랜드 PB 상품을 만들고 시도하는 추세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공장에 재고가 쌓여있는 케이스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사실 중소형 ODM사들이 PB상품 출시 유혹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존에 제품을 공급하던 브랜드기업이 사업적으로 성공하면 더 큰 ODM 기업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더 큰 생산능력을 갖춘 ODM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사가 떠나면 또 다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야 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국내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영세한 ODM사는 아무리 실력이 좋고 열심히 영업을 해도 인디브랜드들로부터 떨어지는 작은 마진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체급이 커진 인디브랜드가 떠난 자리를 새로운 브랜드로 채워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ODM 기업들의 PB 사업의 실패는 제조사 회사들의 마케팅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이제까지 인디브랜드들의 핵심 성공 비결은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비롯한 마케팅에서 찾을 수 있는데, 제조가 중심이었던 ODM 기업들은 이 같은 역량에서 브랜드사와 차이가 있단 평가다. 

    또 브랜드 출시는 직접적으로 고객사와 경쟁관계가 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브랜드 사업은 코스맥스 등 대형 ODM사가 적극적으로 전개하기엔 고객사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실익이 없는 전략"이라며 "(코스맥스의) 쓰리와우 역시 공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런칭을 생각해보지 않은 제조사는 드물다"면서도 "고객사와 경쟁관계가 되기 때문에 본연의 ODM 사업을 고려해 대놓고 사업을 하기엔 어려워 고민이 많을 것"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