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발렌베리家, ABB로보틱스 매각 추진…삼성전자도 인수 후보 부상
입력 25.08.07 07:00
4월 ABB 로보틱스 사업 분할 상장 계획 발표
로보틱스 매각도 검토하기로…BofA·UBS 주관
세계 2위권 업체…삼성전자도 인수후보 거론
로보틱스 역량으로 B2B 영업 등 시너지 기대
  •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최대주주로 있는 ABB가 로보틱스 사업부문(ABB로보틱스)을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ABB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수위권의 입지를 갖고 있다. 최근 M&A 매물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인수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ABB는 로보틱스 사업부문을 분사(spin off)하고 내년 2분기까지 상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BB 주주들은 기존 지분율에 비례해 상장될 ABB로보틱스 주식을 현물 배당금으로 받게 된다. 로보틱스 사업의 작년 매출은 23억달러(약 3조2000억원)로 ABB 전체 매출의 7%가량을 차지한다.

    ABB는 1988년 스웨덴 ASEA(Allmunna Svenska Elektriska Aktiebolaget)와 스위스 BBC(Brown, Boveri & Cie)가 합쳐져 설립된 다국적 기업이다. 주력 사업은 발전과 송배전, 산업 자동화 및 로보틱스 등인데 회사는 로보틱스와 다른 사업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봤다. 아울러 로보틱스가 독립하는 편이 고객가치 제고 면에서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ABB의 최대 주주인 Investor AB(지분율 14.3%)도 회사의 분사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Investor AB는 1916년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설립한 투자 지주회사로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통신기업 에릭슨, 방산업체 사브 등에 투자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도 산하에 있다.

    ABB는 ABB로보틱스 분할 상장 외에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ABB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UBS를 매각 주관사로 삼아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거론된 몸값은 35억달러(약 4조9000원)인데, 경쟁 상황에 따라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ABB로보틱스 매각은 3분기 중 본격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M&A를 먼저 추진하되 시장 반응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기존의 계획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ABB로보틱스는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13~15%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파낙(Fanuc)이 18~20%로 1위고 ABB로보틱스와 독일 KUKA(약 13%)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산업용 로봇 최대 시장은 중국인데 ABB로보틱스는 중국에도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ABB로보틱스 인수에 관심을 갖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M&A 담당 부서에서 ABB로보틱스 인수를 두고 초기 검토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확인되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총수 부재, 비용 통제 등 문제로 M&A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자회사 하만이 미국 마시모그룹에서 오디오 사업부(Sound United)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 얼마 뒤엔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인수하며 조단위 M&A 시장에 복귀했다.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Xealth) 인수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M&A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 기존 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공조, 로봇, 전장, 핀테크 등 신성장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후보 업체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로봇 분야에 관심이 높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수위권 로보틱스 기업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 역량을 확보하면 생산성 증가, 비용 감소 등 효과를 앞세워 B2B(기업간거래) 영업을 확대할 수도 있다. 자사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최근 현금 고갈 문제가 대두되긴 했지만 수조원 규모 M&A는 추진할 여력이 있다는 평가다.

    이재명 정부는 AI로봇 분야에도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ABB로보틱스를 인수할 경우 자체 역량을 키우면서 정부와도 정책 방향과도 발을 맞출 수 있다. 삼성그룹이 선대 회장 때부터 발렌베리가와 막역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ABB로보틱스를 인수할 경우 당장 수위권 사업자가 된다"며 "인수 규모가 좀 크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