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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약 30억원을 회생채권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협의체를 구성해 '집단 합의'를 추진하고 있지만, 회생을 명분으로 향후 홈플러스의 참여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발생 이후, 정부는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에 따라 2017년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원료물질 사업자 등 총 18개 기업에 1250억원의 분담금을 나눠 부과했다.
분담금은 기업별로 ▲옥시레킷벤키저 674억원 ▲SK케미칼 212억8100만원 ▲SK이노베이션 128억5000만원 ▲애경산업 92억7200만원 ▲롯데쇼핑 43억9000만원 ▲홈플러스 39억7000만원 ▲LG생활건강 32억4800만원 ▲이마트 15억6700만원 등을 부과받았다.
특별법 제35조의2에 따르면 분담금이 75% 이상 소진될 경우 정부는 추가로 분담금을 부과 및 징수할 수 있다. 이에 2017년 최초로 부과된 분담금(1차 분담금)이 소진되자, 정부는 2023년 2차 분담금 약 1250억원을 23개 기업에 다시 부과했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부담한 옥시는 2차 분담금으로 소폭 증가한 704억원을, SK케미칼은 약 240억원을 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는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옥시레킷벤키저의 가습기살균제를 본 따 만든 자체 브랜드(PB) 제품 '가습기 청정제'를 판매했다. 이에 피해를 일으킨 제품을 직접 제조·판매한 기업으로서 분담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으며, 현재 홈플러스는 2023년에 부과된 약 30억원의 2차 분담금 납부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분담금의 소진 속도를 고려하면 3차 분담금은 2028년경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이후, 정부는 홈플러스가 3차 분담금으로 납부해야 할 약 30억원에 대한 채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해당 채권을 인정하지 않자, 환경부 산하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홈플러스에 대한 회생채권조사확정 재판을 서울회생법원에 제기했다. 홈플러스는 회생법원에 이를 부인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고, 심문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기업회생을 진행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채권자가 많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측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가습기살균제 분담금을 전액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인정하지 않자, 적어도 분담금이 회생채권으로는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회생채권은 변제율에 따라 일정 수준 빚을 탕감해주기 때문에 정부가 100% 다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적어도 회생채권으로 인정해 분담금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인데, 홈플러스는 회생을 기회 삼아 그마저도 부담하기 싫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분담금이 확정되지 않아 회생채권으로 반영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3차 분담금은 부과 조건과 시기, 산정 금액 등 추가분담금 부과에 관한 특별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민사소송법상 장래이행 청구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환경부 주도로 정부, 기업, 피해자 단체가 협의체를 이뤄 최종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홈플러스의 집단합의위원회 참여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2021년 출범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조정위원회에는 피해자 단체 12곳과 피해분담금 납부기업 9곳 등이 참여했다. 9개 기업에는 홈플러스를 비롯해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옥시레킷벤키저, 애경산업, 이마트, 롯데쇼핑, LG생활건강, GS리테일 등이 포함됐다.
2022년 조정위원회는 기업들이 피해보상을 위해 최대 9240억원을 마련하는 내용의 최종안을 도출했지만, 피해보상금의 60%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옥시와 애경이 분담비율 및 종국성 등을 근거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2024년 6월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을 최초로 인정하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정부가 논의를 주도하게 됐다.
현재 환경부는 위원회에서 제안한 금액의 일시 지급을 쌍방이 합의하는 형식의 '집단 합의'를 달성해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완전히 해결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조정안을 위한 외부용역을 맡긴 것으로 알려진다. 합의가 이뤄지면 법 개정을 통해 특별법에 따른 추가 분담금 부과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정위원회에 참여했던 9개 기업은 환경부가 주도하는 협의체에도 참여하고 있다. 다만 현재 타 기업들과 함께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끝까지 합의에 참여할 지 또는 합의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앞선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끝없이 추가 분담금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홈플러스도 당장은 합의에 참여하고 있지만 회생을 명목삼아 (부담을) 털어낼 수도 있는데 끝까지 참여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합의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과연 회생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가 합의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MBK파트너스도, 추후 등장할 인수자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홈플러스 몫을 남은 기업들이 나눠내야 한다고 하면 누가 내고 싶겠냐"면서도 "간담회에서는 다들 조심스러워 말 한 마디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028년경 3차 분담금 부과 예상에
정부 "홈플러스, 30억원의 회생채권 인정해야"
홈플러스는 회생채권 인정하기엔 아직 이르단 입장
환경부 주도 합의서 홈플 이탈할 수 있단 시각도
정부 "홈플러스, 30억원의 회생채권 인정해야"
홈플러스는 회생채권 인정하기엔 아직 이르단 입장
환경부 주도 합의서 홈플 이탈할 수 있단 시각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