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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업체 TES(테스)와 관련한 전환우선주(CPS) 조건 조정에 착수했다. 테스 인수 당시 메자닌 투자자로 참여했던 메리츠증권과 재협상을 통해 조건 일부를 조정하면서, 사실상 기존 투자 구조를 유지하는 방향이다. 전면 상환 없이 배당률 인하와 메자닌 축소 조합을 통해 다시 함께 가는 방식으로 정리되고 있다.
TES는 ESG 사업을 확대하던 SK에코플랜트가 지난 2022년 약 1조2000억원에 인수했던 글로벌 전자폐기물 처리 업체다. 싱가포르 본사를 기반으로 미국·영국·독일 등에서 전자폐기물 수거·해체·재활용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당시 SK에코플랜트 자회사 에코프론티어는 TES 인수금액을 유상증자 4000억원, 인수금융(브릿지론) 8000억원을 통해 조달했다. 이중 메리츠증권이 약 3600억원을 CPS로 투자해 단기 차입 일부를 대체했다.
메리츠증권이 참여한 CPS 배당률은 연 6~7% 수준으로, 법적으로는 배당이지만 실질적으로 고정 수익을 추구하는 이자 구조다. 만기는 3년으로 설정됐고,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고정 수익이 보장된 CPS는 SK에코플랜트엔 원가 부담이 큰 자금 구조다. 반면 메리츠는 3년 만기 도래에 따라 회수 가능 시점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SK에코플랜트는 기존 인수금융의 일부를 리파이낸싱하며 자금 구조를 조정했다. SPC(제이온몬스터)를 포함한 대주단으로부터 총 7000억원을 조달했으며, 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구조가 활용됐다. 담보로는 에코프론티어가 보유한 TES 주식과 SK에코플랜트가 보유한 에센코어 주식이 제공됐다. 금리는 기존 대비 약 2%포인트 낮아진 4% 후반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연간 이자 부담도 약 2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과정에서 SK에코플랜트는 당초 메리츠 대신 새로운 FI를 모집하려 했지만, 내부 조율을 거쳐 결국 메리츠와의 협력 연장으로 방향을 잡았다. 양측 모두 전면 상환보다는 '조건 재조정 후 재연장'에 합의한 상황이다. 기존 CPS는 배당률 인하와 만기 연장을 통해 부담을 줄이되, SK그룹은 중장기적으로 메자닌 비중을 줄이고 조달 원가가 낮은 론 중심 구조로 재편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기존 투자자들에게도 조정안이 공유된 상태다. 이는 기존 투자 구조에 대한 신뢰와 함께, 대외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SK에코플랜트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SK그룹은 SK온 사업 재편과 관련해 대규모 조정이 진행됐다. 이에 따라 TES 건은 가급적 조용히 정리하고자 하는 흐름이 짙다. 딜이 시장에 추가로 노출되거나, FI 교체 이슈가 부각되는 것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결국 양측은 기존 메자닌을 일부 유지하되, 자금조달 조건과 투자 수익 구조를 상호 부담을 고려해 일부 조정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실무진 선에서는 대략적인 방향이 정해진 상태로, 세부 조건 및 구조 조정 작업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SK에코플랜트와 메리츠증권 측은 "양사 협의가 진행 중인 단계로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재협상은 단건 성격을 넘어, 메리츠의 향후 투자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는 현재 내부적으로 SK그룹 관련 딜 파이프라인이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넘길 것이라는 기조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TES 외에도 SK그룹과 공동으로 투자하거나 투자 검토 중인 자산이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LNG 발전소 유동화 거래에서 메리츠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로서도 FI 교체 없이 기존 파트너인 메리츠와 손을 잡는 것이 거래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을 추가로 모집해 시간을 끌거나 잡음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초 국내 금융권과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룹 전반의 방향성 및 내부 마찰 등을 고려해 백지화됐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 입장에선 TES 자산 자체가 아직 큰 회수 국면에 접어들진 않았고, 본격 수익 가시화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기존 투자자와 조율을 통해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 만기 앞두고 CPS 조건 재조정 협의 착수
SK, 배당률 등 조건 완화로 메자닌 구조 유지
메리츠는 SK 중심 딜 확대 전략 가속화 전망
SK, 배당률 등 조건 완화로 메자닌 구조 유지
메리츠는 SK 중심 딜 확대 전략 가속화 전망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05일 15: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