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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하며 PRS를 회계상 부채로 인식하게 될 경우 조기상환 하는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회계기준원이 제시하는 회계 처리 기준에 따라 SK그룹은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찾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30일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을 발표하며 5조원의 자본 확충안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2조원), 영구채(7000억원) 발행을 진행한다. SK온(2조원)과 SK IET(3000억원)에 관한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의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4000억원을 직접 출자하고, 나머지 1조6000억원은 PRS 계약을 체결한다. PRS 계약에는 미래에셋증권(5000억원), 신한투자증권(4000억원), NH투자증권(3000억원), KB증권(2000억원), 삼성증권(2000억원) 등이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 IET의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PRS로 마련한다. 두 회사는 증자 금액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PRS는 계약 만기 시 기초자산인 주식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금융사)가 기업에 차익을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 기업이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투자자는 매년 일정 수수료를 받고, 만기까지 기본적인 수익이 확보된다.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기업들이 부채 비율을 높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SK그룹과 금융사가 관련 계약을 맺으며 추후 PRS가 회계상 부채로 인식될 경우 조기상환하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PRS 회계처리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금융사가 '안전장치'를 넣은 셈이다. PRS 계약을 대출로 인식하면 증권사는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작년 한 대형증권사는 회계법인을 통해 회계기준원에 PRS 회계처리에 대해 문의했다. 증권사가 PRS 계약을 통해 기업 자회사 지분 의결권을 넘겨받되, 가격변동위험은 상대 기업이 계속 질 경우 어떻게 회계처리를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회계기준원은 증권사가 PRS 계약을 통해 집행한 자금을 부채로 인식하라는 의견을 냈다. 다만 문의는 신속질의 방식으로 이뤄져 협의체를 거쳐 답변을 내는 정규질의와 달리 공식적인 효력은 없다.
증권사와 기업들은 회계기준원의 명확한 회계 처리 기준 제시를 기다리고 있다. 주요 회계법인은 회계기준원에 정식 질의를 해둔 상황이다. 최종 판단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SK그룹과 증권사들은 PRS가 대출이 아니라는 판단에 계약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제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에 따르면 계열회사가 소유한 주식과 수익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관해서는 탈법행위의 예외로 인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PRS의 회계상 부채 인식은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한다"며 "부채로 인식돼 조기상환하게 되더라도 SK그룹의 펀더멘털 이슈가 아니라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는 "(계약상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SK그룹, 자본 확충에 3.9조원 PRS 활용
회계상 부채로 인식 시 조기상환
RWA 관리 위한 증권사의 '안전장치'
회계상 부채로 인식 시 조기상환
RWA 관리 위한 증권사의 '안전장치'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