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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그룹이 조 단위 투자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자금 조달 방안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가 수년 만에 5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회사채 발행 준비 움직임도 감지되는 모습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영업활동을 통해 수천억원대의 현금을 꾸준히 벌어들이고 있지만, 막대한 투자 자금을 자체 보유 현금으로만 충당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홀딩스는 최근 5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CB 발행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당시에도 셀트리온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20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이번에도 셀트리온홀딩스는 확보 자금의 절반을 셀트리온 지분 매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2500억원은 사용목적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역시 셀트리온 지분 매입에 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셀트리온홀딩스가 지난달 5000억원을 들여 올해 안으로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이달 7일부터 내달 5일까지 한 달간 2500억원어치의 셀트리온 주식을 사들일 계획이기도 하다. 이번에 발행된 CB 역시 셀트리온 지분 매입이 주요 목적이라는 것이 셀트리온그룹 측의 설명이다. 매입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하게 되는 셀트리온의 지분 비중은 30%를 넘기게 된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지분 매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순수지주사에서 사업지주사로 변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사업지주사로 기능하려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 셀트리온홀딩스의 매출 대부분은 셀트리온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한다면 배당금 규모를 다소 늘릴 수 있고, 최근 들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오를 재료도 함께 만들 수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앞서 1조원 규모의 신규 재원을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자금 조달 방안에도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회사채 발행 움직임이 감지된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현재 신용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들은 공모채 발행 시 적어도 신용평가사 2곳으로부터, 사모채 발행 시 신용평가사 1곳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셀트리온그룹 내 계열사 중 신용등급을 받은 곳은 셀트리온(A1)뿐이고, 이마저도 기업어음(CP) 등급이다. 셀트리온홀딩스가 회사채를 발행하면 셀트리온그룹은 기존보다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그룹은 그동안 셀트리온 주식을 활용한 은행 차입을 주로 추진했으며, CB를 비롯한 메자닌은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셀트리온홀딩스가 향후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번에 발행한 CB를 차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회사채 발행 이후 주식을 매입하기에 시기가 맞지 않아 우선 CB를 발행했다는 전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신용등급을 받은 직후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사나 금융사가 상대적으로 기업의 재무상황,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CB를 우선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셀트리온홀딩스가 향후 회사채 발행 시 차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단기금융부채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CB 발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공장 인수와 바이오의약품 공장 증설, 신약 임상 비용 등 여러 투자가 예정된 셀트리온그룹으로선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금리가 낮은 CB를 검토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셀트리온홀딩스의 단기금융부채는 2020년 5329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740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자금이다.
실제 이번 CB는 사실상 채권 투자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홀딩스의 CB는 표면이자율 3.3%, 만기이자율 6.0%다. 기업들이 발행하는 CB의 표면이자율이 통상 0%인 점과 비교하면 금리가 높은 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형태는 CB이지만 인수자 입장에서 사실상 높은 금리를 기대한 채권 투자의 모습으로 보인다"라며 "셀트리온이 기존 신용등급이 있단 점을 고려하면 셀트리온홀딩스의 신용도 좋게 봤을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홀딩스, 회사채 시장 데뷔 움직임
조 단위 투자계획에 자금조달 방안 다각화
조 단위 투자계획에 자금조달 방안 다각화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08일 09:3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