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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가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공동 출자한 대기업 합작사라는 점과 A급이라는 신용등급이 무색하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장내채권시장에서 여천NCC 84-1, 84-2, 78, 73-2 등 주요 채권 종목 거래량을 보면 매도세와 매수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혼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채권 가격은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며, 일부 종목은 폭락 수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발행된 종목인 여천NCC 84-1과 여천NCC 84-2는 지난주 1만70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졌으나, 현재 8700원대로 13.6%가량 하락했다. 해당 종목은 5.5%, 5.8% 등 비교적 높은 표면이율로, 개인투자자에게 인기가 많은 종목으로 알려졌다.
여천NCC 채권은 높은 이자율과 매도 차익을 고려했을 때 연 6~7%대 고금리를 제공해 이른바 '채권 개미'들에게 인기 종목으로 꼽혔으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천NCC는 최근 지분을 한화와 DL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한화는 자금 지원을 결의했지만, DL 측이 워크아웃을 거론하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DL케미칼이 지난 1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여천NCC에 1500억원을 증자하거나 대여하는 방안을 의결해 디폴트 불안을 덜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대기업 합작사라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못 믿겠다"며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때처럼 신용등급이 의미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묻지마 급등주도 아니고, 대기업 공동투자사 A-등급 회사채마저 이럴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합작사라는 여천NCC의 지배구조도 불신 요인으로 꼽혔다. 합작회사 구조상 한쪽 주주가 자금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의사결정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워, 유사시 지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천NCC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려면 모회사의 자금 지원 이사회, 합작법인인 여천NCC 이사회 주주사로부터 차입 결의를 거쳐야 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지주사인 DL이 DL케미칼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승인했다는 점에서 여천NCC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 어느 정도 내부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보인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여천NCC를 어떻게 해야 할지 확정된 사안이 없어 모니터링하면서 액션 레이팅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석유화학 업종 시황이 나빠져 대부분 지주사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만일 (여천NCC) 신용등급을 하향할 경우 EOD(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여천NCC의 신용등급에 대해 A-를, 등급 전망에는 '부정적'을 매겼다. 등급 전망 '부정적'은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시장 불안은 기관투자자의 운용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A-급 이상의 우량 회사채 펀드 상당수가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계열사의 회사채를 편입하지 않고 있다. 등급상으로는 '투자적격'에 속하지만, 업황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실제로 일부 회사채에는 조기상환 조건이 붙어 있다. 2100억원 규모 공모채는 부채비율 400% 이하 유지 등 재무비율 준수 의무가 필요하며, 올해 1분기 여천NCC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280.5%로 집계됐다. 이어 신용등급이 BBB+로 내려갈 경우 400억원, BBB로 내려갈 경우 300억원 등의 순으로 사모채를 즉시 상환해야 한다.
여천NCC 84-1, 84-2 채권 가격 폭락
연 6~7%대 고금리로 개인투자자 인기
등급 하향시 일부 사모채 즉시 상환해야
연 6~7%대 고금리로 개인투자자 인기
등급 하향시 일부 사모채 즉시 상환해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2일 10: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