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가들의 해외 이민 고민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기대했던 상속세 개편은 사실상 장기 과제로 미뤄졌고, 정부의 증세 기조는 명확해지고 있다. 여기에 국외 이주 시 해외주식에까지 양도세를 부과하는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면서,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선 이민을 서두르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지난 7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두고 정치권 내 갈등이 격화됐다. 핵심 쟁점은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이다. 국민의힘은 “과세대상을 넓히는 증세 조치로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반발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주주 기준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상황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상속세 완화를 기대했던 고액 자산가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서 상법 개정과 더불어 상속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 빠지면서 사실상 현 정부 내에서 현실화 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법인세 인상 등 ‘부자 감세’에 대한 부정적인 현 정부의 기조가 확인된 상황에서 이를 줄이고자 해외 이민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회계사는 “코스피 5000이 이번 정부 핵심 아젠다가 되면서 상속세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라며 “현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에서 해당 내용이 빠지면서 앞으로도 추진 동력을 얻긴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로 나가는 자산가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외전출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외전출세를 신고하고 출국한 대주주는 총 29명으로, 국외이민 목적 자산 이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외전출세는 출국 전 10년 중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 거주자가 출국 시점에 보유한 주식 등을 양도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대주주가 보유한 국내 주식의 경우, 양도소득 과세표준이 3억원 이하인 경우 22%, 초과 시 27.5%의 세율이 적용된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 13명이었던 신고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새롭게 주목 받는 변화는 국외전출세 과세 대상에 ‘해외주식’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국내 상장·비상장 주식 대주주에 한해 적용됐으나, 2027년 1월 1일부터는 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해외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거주자도 국외전출세를 내야 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절대적 숫자로는 작지만, 이들이 대다수가 기업가란 점에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라며 “증세 기조가 뚜렷해질수록 해외로 떠나는 자산가들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
로펌들과 회계법인은 이에 대해 “해외주식을 다량 보유한 이민 예정자의 경우, 출국 시점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심한 자산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인의 해외주식 보유 규모는 상당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유 금액은 약 210억 달러(약 28조7000억원)로, 엔비디아가 136억 달러(약18조3600억원)로 뒤를 잇는다. 주요 글로벌 기술주의 급등과 함께 한국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계속 확대되는 중이다.
세무업계에선 국내 주식보다 해외주식 보유자가 이민 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주식은 대주주에 한해 과세되지만, 해외주식은 대주주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 상당한 기간 거주한 해외주식 보유자라면 2027년 이후 출국 시 세금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이민을 생각하는 자산가들 입장에선 증세 이슈가 많아지는 점은 의사 결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조세 전문가는 “해외주식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외전출세 과세 확대는 이민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세제 환경 변화에 대한 고액자산가의 반응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외전출세, 해외주식까지 확대
2027년 1월 시행 앞두고
자산가들 “이민 시점 앞당길 수도”
2027년 1월 시행 앞두고
자산가들 “이민 시점 앞당길 수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