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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동산 업계 최대 화두는 '프로젝트 리츠'다. 개발사업과 운영을 한 구조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주요 대기업들이 AMC 설립과 리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리츠가 상업시설·오피스 등 완공 자산 중심이었다면, 프로젝트 리츠는 개발 단계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운영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넓다. 현물출자 시 과세 이연이 가능하고, 기존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대비 절차와 규제가 완화된 점이 대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둔 올해 상반기부터 자산관리회사(AMC) 인력 수요는 눈에 띄게 늘었다. 리츠 운용 경험이 있는 인력에는 이직 제안이 이어지고, 대기업·신탁사·운용사 간 스카우트 경쟁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연봉·성과급 수준이 제도 초기 대비 개선된 데다, 법률·회계·금융 지식이 결합된 전문 영역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리츠 부서는 인기가 높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신입사원 희망부서로 리츠가 상위권에 오를 정도"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력 쏠림 현상의 배경에는 프로젝트 리츠 도입이 있다. PFV는 설립 후 5년이 지나면 해산해야 하고, 자산 양도 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반면 프로젝트 리츠는 장기 보유가 가능하다. 또한 부동산 PF 부실이 누적되는 시장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채널이 된다. 그룹이 스폰서로 참여하면 시공·운영 안정성이 보장돼 투자자 설득도 용이하다.
한 AMC 관계자는 "대기업이 시공과 임차를 보장하는 프로젝트 리츠는 금융기관과 투자자 모두에 매력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의 행보도 재빠르다. 한화솔루션은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R&D센터, 첨단산업단지 등 5조원 규모 신규 개발사업을 프로젝트 리츠 구조로 전환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태광그룹은 '흥국리츠운용'을 중심으로 그룹 보유 부동산을 리츠에 현물출자해 과세를 이연받고, 신규 개발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쿠팡은 전국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리츠에 담아 임대·운영·재개발까지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통·물류 외에도 다양한 산업군이 프로젝트 리츠를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중기적으로 10조원 규모 리츠를 목표로, 백화점·아울렛·물류센터 등 기존 자산과 신규 복합개발사업을 동시에 구조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LG그룹은 외부 자산 중심 편입을 계획하면서도, 그룹 내 배터리·전기차 관련 생산시설과 연구소 등 핵심 산업 인프라의 활용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완성차·모빌리티 허브·R&D센터 등 산업 인프라 자산을 대상으로 리츠 활용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시설은 장기 임대계약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장하기 때문에 리츠에 담으면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중에서도 세제 혜택은 기업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현물출자 시 양도세를 이연할 수 있고, 리츠 배당소득의 일부에 대한 세율 혜택이 가능하다. 이는 그룹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신규 개발사업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낸다. 여기에 지역 상생, 주택 공급 확대 등의 '사회적 명분'을 결합할 수 있어 대기업 입장에서 대외 이미지 관리에도 유리할 수 있다.
프로젝트 리츠 활성화에 대한 기대는 법률·금융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주요 로펌은 리츠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해 구조 설계·세무·규제 자문을 통합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도 관련 가치평가·회계처리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대출·투자·브릿지금융 등 다양한 형태로 참여를 타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리츠의 확산이 국내 리츠 자산군을 상업·주거 중심에서 산업·인프라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가 본격화되면 리츠 시장의 질적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라며 "자금조달 안정성, 투자자 신뢰, 산업 인프라 확충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1~2년간 프로젝트 리츠를 중심으로 AMC 업계 재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제도 변화와 인력 시장 확대, 법률·금융권의 적극적 대응이 맞물리며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들이 내부 자산 유동화에 그치지 않고 개발 단계부터 장기 운영까지 포괄하는 프로젝트 리츠 모델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킨다면, 국내 자금 조달 환경과 투자 시장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리츠 제도 도입 앞두고 대기업 중심 확장 움직임
세제혜택·자금조달 유연성에 기업·금융·법률업계 '촉각'
내부자산 유동화에서 대규모 개발사업까지…리츠 범위 확장
시장 환경·인력 수요 변화…리츠 시장 구조 재편 예상
세제혜택·자금조달 유연성에 기업·금융·법률업계 '촉각'
내부자산 유동화에서 대규모 개발사업까지…리츠 범위 확장
시장 환경·인력 수요 변화…리츠 시장 구조 재편 예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