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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시장의 예상을 깨고 유상증자를 단행,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의 지원까지 등에 업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현행 요건에 맞춰 9월 중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지금이 자산관리(WM) 사업을 확장할 적기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리테일 시장에서 증권사 간 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IMA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7월 31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주주인 농협금융지주를 대상으로 6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는 IMA 인가 조건인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맞추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7조3921억원으로 요건에 미달했으나, 증자 완료 시 8조원을 넘기게 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자기자본 9조원 이상을 보유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이 IMA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봤다. 국내 첫 시행 사업인 만큼 초기 리스크를 고려해 다수 증권사들은 '관망 모드'를 택했다. NH투자증권도 상반기까지만 해도 같은 기조였으나, 하반기 들어 입장이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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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핵심은 WM 부문의 성장세다. NH투자증권은 올 들어 IB·리서치·연금 조직까지 동원해 전사적으로 WM 영업을 강화했고, 그 결과 2분기 고객 금융상품 자산이 전분기 대비 약 10조원, 고객자산은 60조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그간 350조원대에 머물던 고객자산이 411조원으로 1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경쟁사와의 격차는 여전하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고객자산이 453조원으로 사상 처음 450조원을 돌파했고, 금융상품 판매 잔고도 197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이 성장한 만큼 미래에셋증권도 동반 성장하며 간격이 좁혀지지 않았다.
후발주자인 한국투자증권의 추격도 거세다. 2분기 기준 고객 금융상품 잔고는 76조원으로 NH투자증권(159조원)의 절반 수준이지만, 판매 수수료는 521억원으로 NH투자증권(296억원)을 크게 웃돈다. 단순 점유율이 아닌 수익성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IMA 시장의 '선점 효과'에 주목한다. IMA는 하나의 계좌에서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을 통합 운용할 수 있어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확대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한 번 고객을 확보하면 이탈이 쉽지 않아, 초기 시장 점유율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농협금융의 전폭적인 지원도 이번 결정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다. 상반기 농협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한 곳이 NH투자증권이었다. 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계열사가 순이익이 줄었지만, NH투자증권은 46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 그룹 입장에서도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계열사에 힘을 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병운 사장은 취임 이후 리테일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며 "향후 2~3년 안에 삼성·미래와의 격차를 좁히려면 이번 IMA 인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다만, IMA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 도입되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서도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결국 NH투자증권이 사업 인가 후 단기간 내 일정 부분 수익성을 포기하더라도 얼마만큼 고객 수를 늘리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MA는 고객 자산을 장기간 묶어두는 구조인 만큼 초반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라며 "NH투자증권이 단기 실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초기에 얼마나 많은 우량 고객을 끌어들이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6500억 유증으로 IMA 인가 요건 충족
WM 성장세에도 미래와 격차는 여전
점유율 높지만 수익성은 한투에 뒤져
시장 선점 관건 판단에 '결단' 내린 듯
WM 성장세에도 미래와 격차는 여전
점유율 높지만 수익성은 한투에 뒤져
시장 선점 관건 판단에 '결단' 내린 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