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들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신규 상장이 늘고 있다. 상반기 단 3건에 그쳤던 상장이 지난달 이후 한 달여 만에 4건을 기록하며 상반기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극심한 침체를 겪은 스팩 시장의 공급 공백을 메우려는 수급 보정과 IPO(기업공개) 제도 개편 이후 직상장 대비 절차 부담이 적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이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스팩은 ▲KB제32호스팩 ▲엘에스스팩1호 ▲디비금융제14호스팩 ▲하나35호스팩 등 4곳이다. 이달에는 키움히어로제1호스팩과 엔에치스팩32호가 증권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추가 신규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초 기업금융본부를 신설한 메리츠증권도 '메리츠제1호스팩'으로 첫 IPO 대표주관을 맡아 지난달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국내 스팩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연평균 40건 수준의 상장을 유지해왔다. 2022년 45건, 2023년 37건, 지난해 40건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3건으로 예년 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증시 부진과 IPO 시장 위축이 전방시장인 스팩 발행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 상반기 코스닥 중소형 공모주 시장이 비교적 활발했던 점도 스팩 수요를 제한했다. 직상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스팩 대신 일반 IPO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상반기 공모주 시장에서 주목받은 기업 대부분이 코스닥 중소형주였으며, 신규 상장 42건 중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는 4건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하반기 증시 여건이 악화되면서 자연스레 거래소 예비심사 청구 자체가 줄었고, 그 영향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며 "이번 하반기에는 상반기 부진분이 일부 해소되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
다만 하반기에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의무보유확약 비율 확대 등 IPO 제도 변화로 일부 비상장사의 선택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팩은 일반 IPO에 비해 수요예측 부담이 적고, 공모 규모가 사전에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직상장은 최근 IPO 제도 개편으로 주관사와 발행사 모두의 부담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가 상장 당일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기존 평균 비중(19%)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제도로 인해 의무보유 확약 물량이 부족하면 공모가를 낮춰야 하거나,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직접 매입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공모가 인하 시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가 줄고,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주관사 자금이 묶이는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스팩은 이러한 의무확약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아 주관사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고, 발행사도 시장 상황에 덜 휘둘린다. 이 때문에 일부 발행사와 증권사들이 스팩을 대안 상장 수단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한 IPO 실무자는 "상장 제도 변화로 직상장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스팩을 상장 대안으로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등 요인으로는 스팩의 '청산 수단'으로서의 성격이 꼽힌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해산하고 공모자금을 원금과 이자 형태로 반환한다. 일부 스팩은 청산 시 예치 이자를 포함해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제공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투자 수요도 형성된다.
이에 상반기 극심한 부진을 겪은 만큼 예년 평균치에 근접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에는 신규 상장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회복세가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유지되는 만큼 예년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반기와 비교하면 스팩 상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7월 이후 한 달여 만에 4건 상장…상반기 전체 건수 추월
"IPO 제도 변화로 직상장 부담 증가…"스팩 대안 부상"
"청산 시 원금·이자 보장 등 '투자 수단'으로서의 수요 유입도"
"IPO 제도 변화로 직상장 부담 증가…"스팩 대안 부상"
"청산 시 원금·이자 보장 등 '투자 수단'으로서의 수요 유입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