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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플랫폼 기업 무신사가 드디어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했다. 무신사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몸값에 욕심내지 않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어' 부재에 목마른 증권사들이 과연 '정직한' 밸류를 써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평가다.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이로 인해 무신사의 '눈 높이'가 높아질 경우, 공모 과정에서 시장과의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신사는 18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이 포함됐고, 외국계 IB로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씨티 등이 이름을 올렸다.
무신사는 증권사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빅딜이다. 무신사 IPO 가능성은 2023년부터 언급돼 왔다. 주요 증권사들은 전담팀까지 꾸려 주관사 자리를 노려온 상황이다. 올해 들어 중복상장이 막히며 대기업 계열사 딜이 줄어든 상황에서 무신사는 더욱 놓칠 수 없는 기회로 꼽힌다. 특히 무신사는 중복상장과 무관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란 설명이다.
이런 기대감 속에서 이번 RFP 배포 과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RFP 배포 전 무신사 CFO가 직접 각 증권사 IPO 본부장을 찾아 설명회(IR)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회사의 미션과 에쿼티 스토리 초안이 공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RFP 내용 자체는 비교적 평이하지만, 무신사 측이 제안서의 완성도를 크게 중요하게 여겼다는 분석이다. 무신사가 요청한 제안서는 총 50쪽 분량으로, 무신사 측이 원하는 형식을 활용해 공모 구조(총 공모 규모·신주/구주 비율 등) 제안부터 에쿼티 스토리의 보완·강화 방안까지 담도록 요구했다. 특히 '고밸류' 논란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핵심 과제였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약 10조원이다. 무신사는 이번 상장 과정에서 무리하지 않고 시장의 평가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정직한 밸류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높은 밸류를 제시한 증권사가 주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3~4조원대인데, 10조원 얘기까지 나온다"라며 "주관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밸류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2023년 KKR과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3조원 중반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최근 조만호 의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4조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당시 구주매출은 조 의장의 주식담보대출 문제와 맞물려 있었다. 조 의장은 한남동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단기 차입을 일으키는 과정에서 무신사 지분 약 12%를 담보로 제공했다. 대주주 지분이 담보로 잡히면 상장 과정에서 문제 요인이 될 수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검토했던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부동산 매각을 통해 문제를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실제 올해 초까지 증권가에서는 조 의장의 주식담보대출이 얽힌 부동산 문제를 누가 풀어주느냐가 주관사 경쟁의 변수로 거론되기도 했다. 조 의장이 막판 거래를 물리긴 했지만 일부 증권사와는 일부 지분 매각 합의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무신사)'에서 출발한 회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2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1% 늘었고, 영업이익은 102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문제는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기업가치를 무신사가 받아들였을때다. 거래 수임을 위해 일정 부분 과장한 숫자를 경영진이 '준거 기준'으로 삼아버리면, 이후 실제 수요예측 과정에서 시장과 발행사 사이에 시각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무신사처럼 성장성이 좋은 기업의 경우 이런 경향이 도드라지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중복상장 이슈로 대기업 IPO가 사실상 올 스톱된 상황에서 공모 규모가 조 단위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무신사는 가뭄의 단비 같은 딜"이라며 "이 딜을 따내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할 거라는 절박함까지 감돌기 때문에, 시장에서 생각하는 적정 가치보다는 높은 숫자를 적는 후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RFP 배포…국내외 주요 증권사들에 전달
빅딜 가뭄 속 증권사 전담팀까지 꾸려 경쟁
시장 밸류는 10조원 거론…최근 인정된 가치는 3~4조원
조만호 의장 지분 담보 문제 또한 IPO 변수로 부각
빅딜 가뭄 속 증권사 전담팀까지 꾸려 경쟁
시장 밸류는 10조원 거론…최근 인정된 가치는 3~4조원
조만호 의장 지분 담보 문제 또한 IPO 변수로 부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9일 14:3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