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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보령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지분 매각이 본격화하면서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LNG 터미널 지분이 인프라 투자자들에게 직접 매각되는 것은 처음으로, 20년 이상 확정 수익 구조를 갖춘 희소 매물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안정적인 수익과 별개로 엑시트(회수)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는 평가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주관사 측은 보령 LNG 터미널 지분 50%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마무리하고, 원매자들의 제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는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며, 매각 측은 아직 예비입찰 이후 구체적 추후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 7일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IMM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자산운용, 맥쿼리자산운용, 아이스퀘어드캐피탈, 캐나다 퀘벡주연기금(CDPQ) 등 10여 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프라 투자에 강점이 있는 투자자들이 다수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 매각가는 5000억~6000억 원대가 거론된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560억원, 영업이익은 939억원이었으며, 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일부 후보에만 인수 제안을 전달해 제한경쟁 방식으로 예비입찰을 진행하려 했으나, 여러 후보가 몰리며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매물의 ‘희소성’이 꼽힌다. 국내에서 LNG 터미널이 공개 매물로 나온 것은 보령 LNG 터미널이 사실상 첫 사례다. 그동안 LNG 터미널은 한국가스공사나 발전사 등이 자체 수요에 맞춰 건설·운영하는 전용 시설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 특성상 민간·기관 투자자 대상의 지분 매각 거래가 없었고, 지분 구조 조정이나 터미널 사용권 계약 변경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배경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첫 LNG 터미널’ 매물을 살피기 위해 인수전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쟁쟁한 후보들이 실제 인수 의지를 갖고 뛰어든 만큼, 본입찰까지 접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을 매각해도 향후 최소 20년은 보령 LNG 터미널과 계약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다만 20년간 안정적인 수익 보장과 별개로, 엑시트도 고려해야 하는 펀드들 입장에서는 장기 투자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점도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고정 수익이 보장되지만 엑시트 방안은 확실치 않아 장기 투자로 봐야 하는데, 이를 수용할 LP가 많지 않은 점은 변수”라며 “LNG 터미널 매물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매각자 측과 가격 눈높이가 어떻게 맞춰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령 LNG 터미널은 지난 2013년 SK E&S(현 SK이노베이션)와 GS에너지가 절반씩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50% 지분을 매각해도 GS에너지는 잔여 지분 50%를 그대로 보유한 공동 최대주주로 남는다. SK에너지, SK E&S, 나래에너지서비스, GS EPS, GS파워, GS칼텍스 등 SK와 GS그룹 계열사들이 보령 LNG 터미널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이에 따라 계속 회사를 경영할 GS에너지의 입장이 후보 선정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FI(재무적 투자자)에 지분 매각 이후 GS에너지가 FI로부터 일부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계획도 거론된다. 합작사인 만큼 SK 측이 지분을 매각할 때 GS에너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매각 주체가 SK이노베이션인 만큼 최종 결정은 SK 측 판단이 결정적일 것이란 평가다.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대형 인프라 딜이 많지 않다 보니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라며 “거론되는 가격이 다소 높다는 평가가 있어 무리하게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첫 LNG터미널 매각 사례·수익 안정 매력
엑시트 고려하면 '장기 투자'가 걸림돌 이기도
5000억원대 이상 거론…PEF들 가격두고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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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