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억' 거론 이지스 몸값, 태그얼롱에 천정부지…마스턴 선회하는 원매자들
입력 25.08.21 07:00
이지스, 한화생명·흥국생명·대신금융 경합
열기 속 태그얼롱 인한 고밸류 부담은 지속
LF그룹·과기공, 마스턴 경영권 지분 예의주시
이달 말 추려질 엠플러스운용 매각도 흥행
  •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전이 예비입찰을 마치고 본입찰을 향해가고 있다. 이번 매각에는 한화생명·흥국생명·대신파이낸셜그룹 등 국내 금융사들과 싱가포르계 캐피탈랜드운용이 참여해 다자 구도로 치러지는 분위기다. 표면상으론 3파전 양상이지만, 물밑에선 '가격 부담'이라는 단어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기존 주주 측이 제시한 몸값은 지분 100% 기준 8000억~8500원 수준이다. 이미 독립계 운용사 가운데선 가장 높은 밸류지만, 최근 매각 협상에선 태그얼롱(Tag-along) 문제가 더해지며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경영권만 확보하려면 약 50%+1주만 매입하면 충분하다. 다만 기존 주주들이 "소수 지분으로 남을 생각이 없다'는 기류를 보이면서, 사실상 전량 인수에 가까운 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단순히 경영권 프리미엄인 통상 20%를 얹는 차원을 넘어, 매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업계에선 '실제 인수가가 예상보다 2배 이상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주요 이해관계자인 조갑주 전 단장의 거취도 변수다. 아직까진 명확히 매각 의사를 내비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소수 지분만 보유할 경우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에 따라 매도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PMI(Post-Merger Integration) 작업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회사에 잔류하는 시나리오도 오간다. 모건스탠리 측은 최근 인수 후보들에게 "확보 가능한 지분이 100%까지 열려 있다"는 식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부담 속에 당초 이지스자산운용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LF그룹, 다우키움그룹 등은 발길을 돌려 마스턴투자운용 쪽을 살펴보는 모습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LF는 과거 코람코자산신탁을 2000억원도 안 되는 값에 인수한 전례가 있다"며 "같은 업종인 이지스에 2~3배 이상을 주는 그림은 내부적으로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F그룹 측은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관측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들의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F그룹은 이미 부동산 금융을 그룹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기존의 패션 비즈니스는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금융·부동산·F&B(식음료)로 사업 방향을 정리하는 중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패션업 관련 딜을 수차례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했고, 대신 F&B 계열사를 통한 소규모 인수·합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7월엔 소스 제조업체 엠지푸드솔루션을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이래로, 지난해 한양증권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금융·부동산 관련 딜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코람코를 기반으로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가 읽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금융에 강점을 가진 하우스로 꼽히는 한양증권 인수전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모펀드 KCGI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자, LF가 막판까지 발걸음을 떼지 않고 상황을 살핀 것으로 전해진다. 구본걸 LF그룹 회장의 장남 구성모 씨가 코람코자산운용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이력 역시 시장에서는 단순한 경험으로만 해석되지 않는 분위기다.

    키움금융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몸값을 부담스럽게 본 만큼, 마스턴투자운용 쪽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미 마스턴투자운용과 여러 부동산 프로젝트를 함께한 경험이 있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본다. 

    현재 마스턴투자운용은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CCGI와의 협상이 무산된 이후,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에이치PE)를 새로운 2대주주로 맞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에이치PE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 PE본부에서 분할된 회사로, 이달 마스턴과 논바인딩 MOU를 맺었으며 향후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에이치PE는 이미 마스턴투자운용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2021년 말 부동산 시장 호황기, 마스턴투자운용에 약 4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투입했던 경험이다. 당시 앵커 LP(기관투자자)는 과학기술인공제회였고, 투자 성격은 프리IPO였다. 이 과정에서 에이치PE가 당시 11% 안팎의 지분을 확보했는데, 시장에선 이번 2대주주 협상을 두고 "결국 배경에 과기공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실제로 이런 맥락이 반영되면서, 마스턴 지분 경쟁 구도가 과기공과 LF그룹의 대결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지배적이다. 다만 창업주 김대형 대표가 3000억원 이상을 희망 밸류로 제시하고 있어 일부 원매자들은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열기에 자극받은 듯, 다른 중견 운용사 매각전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군인공제회 계열사인 엠플러스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웨일인베스트먼트, 시티코어, 에이펙스자산운용 등 기존 거론된 후보들에 최근 리딩투자증권 및 KJ글로벌파트너스까지 합류했다. 

    에이펙스자산운용은 정상익 전 대표와 부산 지역 마트가 LP로 참여하고 있다. 중견 자문사 KJ글로벌파트너스는 하나캐피탈과 모아건설로부터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해 매각에 뛰어든 상황이다. 일부 원매자들의 실사 속도가 늦어지면서 숏리스트 발표 시점은 이르면 이달 말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동산 운용사 M&A 시장은 '이지스 흥행' 속 '마스턴·엠플러스 대기전'이라는 구도로 요약된다. 프로젝트리츠 도입 등으로 대기업들의 운용사 비히클 수요가 높아지면서, 운용사 매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적지 않다. 다만 실제 투자 결정으로 이어지려면, 대주주의 기대 밸류와 원매자의 현실적 계산이 얼마나 맞물릴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