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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테마로 주목받은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비만치료제의 인기에 힘입어 주가가 올해 들어 치솟자, 시장의 관심이 시들기 전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 기업은 조달 자금을 신약 개발과 공장 증설 외 재무구조 개선에도 활용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사를 물색하는 모습이다. 모험자본 투자 강세에 바이오 기업을 향한 투자 심리가 다소 살아난 만큼,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거나 기술이전 성과를 낸 기업들에 투자사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19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올릭스는 11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전환우선주(CPS) 197만9347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5만8101원이다. 신주는 발행일로부터 1년 동안 보호예수된다. 증자대금 납입일은 이달 28일이다.
올릭스는 국내와 해외 투자사를 대상으로 각각 5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다. K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키움인베스트먼트,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등 올릭스에 기존에 투자한 투자사들이 주로 참여했다. 올릭스는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기관인 와이스 에셋과 델타플렉스도 투자사로 유치했다. 타이거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웰컴자산운용도 참여한다.
올릭스는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릭스는 만성 적자에 시달린 탓에 지난해 이어 올해 6월을 기준으로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자본총계의 50%를 초과했다. 올릭스는 3년 전에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6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올릭스가 올해 기술이전, 공동연구 성과를 연달아 발표한 덕에 투자사들의 관심은 컸다. 지난달 말 자금 조달을 본격화한 이후 보름 정도 만에 투자 유치를 마쳤다. 올릭스는 올해 2월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와 대상이상지방간염(MASH)·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9000억원에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4개월 뒤엔 글로벌 뷰티 기업인 로레알과 별도의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잇단 성과에 올릭스의 주가는 연초 1만8000원대에서 주춤하다, 최근 6만4000원대까지 올랐다. 같은 시기 비만치료제인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인기를 끌며 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올릭스의 시가총액은 현재 1조원을 넘겼다.
올릭스 외에도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서둘러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디앤디파마텍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올해 6월 이미 해외 투자사인 타이번 캐피탈을 앵커 투자사로 340억원 규모의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디앤디파마텍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만치료제로 알려진 '위고비'가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다. 이 회사는 영구CB 발행을 결정할 즈음에 미국에서 개발하는 신약 후보물질이 과체중, 비만인 환자의 지방간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임상 결과도 발표했다.
회사가 향후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자 디앤디파마텍의 주가는 올해 초 4만7000원대에서 13만8000원대까지 솟았다. 주가가 올해 들어 크게 오른 만큼, 다시 한번 주식을 활용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디앤디파마텍은 현재 주요 투자사와 자금 조달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건을 받지 못했으나 디앤디파마텍이 자금 조달을 다시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라며 "바이오 기업은 지난해까지 뚜렷한 성과가 있어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었던 만큼, 주가가 오르고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유상증자, CB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비만치료제를 앞세운 바이오 기업들의 자금 조달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년 동안 주가 상승 추이가 가팔랐기 때문에 주가 흐름이 바뀌거나 정체되기 전 자금 조달을 마무리하려는 모습이다. 해외 기업의 경우 이미 고점을 찍고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위고비의 노보 노디스크, 마운자로의 일라이 릴리 주가는 연초 대비 각각 41%, 19% 떨어졌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장에 돈은 돌지만 투자할 곳이 없어 어느 정도 검증된 기업이라면 투자사가 되려 줄을 선다"라며 "비만치료제 기업 역시 기존에 성과를 냈거나 추가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기업이라면 기존 투자사를 중심으로 자금 조달이 빠르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올릭스, 1150억원 규모 자금조달 추진…해외 투자사도 유치
디앤디파마텍, 추가 조달 움직임…"검증된 곳에 투자사 줄 서"
디앤디파마텍, 추가 조달 움직임…"검증된 곳에 투자사 줄 서"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