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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가 물류센터 건립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자닌'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에 물류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쿠팡이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물류창고 난립으로부터 안전한 정주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물류창고 표준 허가기준을 조례에 명시하는 건 전국 최초다.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입법 예고를 거쳐, 9월 5일부터 열리는 제386회 임시회에서 심의를 거친다.
이번 개정안은 도내 31개 시군이 물류창고 설립 허가 기준을 두지 않았거나, 마련했더라도 내용이 통일되지 않아 발생해 온 행정 혼선과 주민 민원 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으로 표준 허가 기준에는 물류창고의 ▲입지 환경 ▲교통 환경 ▲소방 안전 ▲지역 주민 의견수렴 등에 관한 사항 등을 규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경기도청이 31개 시군 개발·건축·물류창고업 등록부서를 대상으로 '물류창고 건축관련 표준허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이 역시 지역민들의 생활권을 보장하고, 소방설비를 비롯한 물류센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년 넘게 이어진 메자닌 논란이 재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메자닌은 층과 층 사이에 있는 별도 공간으로, 물류센터에서는 한 층을 '적층식 랙'으로 구분해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1.5~2배의 면적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물류센터에서 메자닌은 회색지대에 속해있다. 메자닌은 독립된 한 층으로 공식 인정받지 않아 연면적 산정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소방법은 적용돼 소방 설비를 갖추는 등 규제가 적용된다.
물류업계는 경기도의회가 입법을 예고한 물류센터 조례안에 메자닌 관련 기준이 명시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차례 이어진 화재 이후 소방법 기준이 높아져 있는데 건립 규제도 강화되면 물류센터 메자닌과 관련한 규제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뚜렷한 규제가 없다 보니 개별 지자체에서 메자닌을 '위법 건축물'로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국토교통부가 행정처분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해당 지자체에 보내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메자닌으로 인해 악화한 근로환경에 관한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자닌을 설치하면 밀도가 높아져 더위에 취약해진다. 또 임시구축물에 해당하는 메자닌에 근로자가 상시 근무할 수 있냐는 민원이 한 지자체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자닌 규제가 명확해지면 큰 타격을 받을 곳으로 쿠팡이 거론된다. 쿠팡은 2026년까지 추가로 3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소급 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규제 강화 전 사용 중인 물류센터에도 규제가 적용된다면 기존 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서 초과한 용적률만큼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이미 쿠팡은 국내에서 압도적인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택배 2~4위 기업의 물류 인프라를 합한 수치보다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아울러 쿠팡은 펀드나 리츠가 보유한 물류센터 다수를 장기 임차해 국내 물류센터 최대 임차인의 지위도 갖고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풀필먼트센터 등 대형 물류센터를 30개 이상 운영 중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도입한 이후 지금까지 9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에 투자했다. 쿠팡은 작년 3월,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추가로 3조원 이상을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의 물류센터 총면적은 2023년 기준 100만평을 넘어섰으며, 최근 투자 속도를 감안할 때 현재는 150만평 이상으로 추정된다.
쿠팡은 메자닌 규제가 구체화하더라도 기존 물류센터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팡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몇 년 전에도 메자닌은 소방 안전 문제로 지적된 바 있으며, 당시 쿠팡은 물류센터 인허가 과정에서 메자닌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았다"며 "쿠팡은 현재 신규로 개발하는 물류센터에 한해서 메자닌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자업계는 메자닌 규제가 물류센터 과잉 공급을 해소할 기회로 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물류센터가 과잉 공급돼 물류센터 투자 시장이 위축됐었다. 이후 물류센터 공실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저온 창고를 상온 창고로 전환하거나 데이터센터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었다.
쿠팡은 "메자닌이 위험 요인이었다면 그동안 물류센터에 대규모로 투자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메자닌 규제 리스크를 일축했다.
경기도의회 물류센터 개정 조례안 입법예고에
물류업계, 메자닌 규제 현실화할까 예의주시
국내 1위 물류 인프라 보유한 쿠팡에 큰 타격
물류업계, 메자닌 규제 현실화할까 예의주시
국내 1위 물류 인프라 보유한 쿠팡에 큰 타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