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마디면 삼성전자도 휘청…한미 정상회담 끝나기만 바라는 韓 재계와 시장
입력 25.08.25 07:00
美 반도체 보조금 지분 전환 논란, 며칠 만에 없던 일로
4월 완성차·철강부터 반도체, 원전까지 통상피로 누적
25일 한미회담 기점으로 불확실성 진정됐으면 기대감
  • 트럼프식 통상 압박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지난 4월 상호관세 예고를 시작으로 최근 삼성전자 보조금 지분 전환, 원전 협력을 둘러싼 논란까지 협상 단계마다 계속해서 시장이 우왕좌왕하는 탓이다.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계속되는 불확실성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1일 대통령실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을 대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인텔의 경우 이미 지급받은 보조금이 주식으로 전환됐으나 한국 기업은 아직 보조금을 받은 곳이 없다고 했다. 보조금의 지분 전환 여부 자체가 지원 전제에 포함돼 있지 않고 삼성전자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는 설명이 덧붙었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서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이미 미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TSMC나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인텔처럼 지분을 요구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19일(현지시각) 로이터가 전한 소식과 정반대 흐름이다. 그사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했을 때 경우의 수를 따지던 목소리들도 무색해졌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한다면 결국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47억5000만달러(원화 약 6조6000억원)은 단순 계산으로 보통주 1.5%에 해당한다"라며 "기존 주식이 희석되는 문제부터 국내 자본시장법과의 충돌 문제도 있지만 총수인 이재용 회장 보유지분(약 1.6%)과 맞먹게 되니까 혼란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와 경제사절단이 방미를 앞두고 있다지만 아무 근거 없이 오르내린 뜬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로이터가 해당 보도를 내놓은 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현지 언론과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기업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놓고 인터뷰를 가지기도 했다. 

    러트닉 장관은 당시 CNBC 인터뷰에서 "보조금이 부유한 대기업에 대한 퍼주기가 될 수 있으니 납세자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을 줄 필요가 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grant) 대신 지분 투자(equity stake)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분을 취득할 경우 ▲의결권을 포함해 경영에 개입할 권한이 생기느냐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지분을 확보하는 건 국가주의 아니냐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기업에 간섭할 통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뚜렷한 답은 내놓지 못했다. 

    이후 외신에서 TSMC가 인텔과 같은 요구를 받으면 보조금을 반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포함해 여러 부정적 반응들이 쏟아졌다. 안보 차원에서 공급망을 재편한다는 명분 아래 미국이 중국을 닮아간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인텔과 달리 TSMC나 삼성전자에 보조금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돈이기도 하다. 며칠 만에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얘기는 쑥 들어가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된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벌써 5개월여 동안 미국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처음 새 관세 정책이 드러났을 땐 완성차와 철강, 에너지 산업이 출렁였고 이후로 반도체와 2차전지, 방위산업과 조선업까지 미국에서 나온 사소한 정보 하나하나에 오르내리길 반복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장기계약 체결의 경우 여전히 시장에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굴욕 수주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는 합의 내역이 새나간 것이 원인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미국과의 원전 협력이 국내 기업에 득이냐 실이냐를 두고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오는 25일(현지시각)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불확실성이 가라앉았으면 하는 목소리가 전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길에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사 총수들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관세 협상을 타결할 때 조성하기로 한 3500억달러(원화 약 490조원) 규모 투자 펀드와 별개로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들이 줄지어 발표될 예정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을 거칠 때까지 최악의 시기를 보냈는데 하반기 들어서도 계속해서 통상 문제가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서 혼란이 계속된다"라며 "대통령 방미 일정을 기점으로 내줄 건 내어주고 시장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하는 목소리가 많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