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운명의 10월'...업비트 실명계좌 재계약이 분수령
입력 25.08.27 07:00
업비트 예치금만 20%…재계약 없인 IPO 불투명
하나금융 등 업비트 제휴 영업 가세, 케이뱅크 긴장 고조
FI 밸류 고수·성장성 부족…공모가 설득 난도 높아
  •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가 다가온 가운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 재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케이뱅크 전체 예치금의 약 20%가 업비트 예치금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오는 10월 업비트와의 재계약 여부가 상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이르면 9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전망이다. 지난 6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FI들과 체결한 드래그얼롱 조항 탓에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업비트 제휴가 상장 완주의 선결 조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비트의 과도한 수신 비중은 지난 두 차례 IPO 과정에서도 꾸준히 지적돼 왔다. 케이뱅크는 1분기 기준 전체 수신 잔액 약 27조8000억원 중 약 5조3600억원인 약 20%가 업비트 예치금으로 구성돼 있다.

    출범 초기 업비트 실명계좌를 독점하며 고객 기반과 수신고를 빠르게 키웠지만, 결과적으로 업비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원화 예치금이 줄면 운용 자금이 축소돼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 있고, IPO 흥행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5년간 업비트와 제휴 계약을 연장해 왔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지 않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업비트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면서다. 현재 신한은행은 코빗과, 국민은행은 빗썸과 제휴를 맺고 있다.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재계약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난달 이은형 하나금융 부회장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김형년 부회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공식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었다. 양사간 공식 사전조율 없이 진행된 만남이라는 점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진 미지수지만, 은행권의 업비트 쟁탈전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케이뱅크 역시 재계약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비트 설득 과정에서 빗썸이 NH농협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제휴를 바꾼 뒤 신규 계좌 개설에 한도가 걸리면서 고객 불편이 컸던 사례를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기존 은행과의 제휴를 유지할 경우 전산 안정성과 고객 경험에서 리스크가 적다는 논리다.

    업비트와의 재계약뿐 아니라 케이뱅크는 FI들의 강경한 태도 탓에 높은 밸류를 설득해내야 한다. FI들이 기존 눈높이를 고수할 경우, 케이뱅크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IPO 당시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9500~1만2000원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하단 기준 시가총액이 3조9586억원으로 최소 4조원을 원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하단보다 낮은 8500원 수준의 공모가가 거론되면서 IPO를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IPO 성공의 핵심인 '성장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순이익은 8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고, 이자이익도 2118억원으로 19.9%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이 6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3% 늘긴 했지만, 뚜렷한 성장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FI들의 높은 밸류 요구와 제휴 리스크가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몸값을 낮추기는 어렵고, 업비트 제휴마저 흔들리면 수익성과 성장성 스토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예치금 안정성과 밸류에이션을 동시에 지켜내야 IPO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FI들의 눈높이 때문에 가격 하방이 막혀 있는데, 업비트 제휴가 무산되면 상장은 더 어려워진다"라며 "업비트와의 계약이 확정돼야 IPO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