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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증권사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문은 채권 시장 호황에 힘입어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공통된 채권 성과에도 불구하고, 각 증권사가 취한 전략적 방향과 지향점에는 차이가 뚜렷했다. 일부는 채권 비중을 더욱 강화했고, 다른 곳은 구조화 상품이나 해외 플랫폼 진출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채권 성과에 기대어 상반기 실적 견인
하나증권 역시 S&T 부문 실적을 견인한 건 단연 채권이었다. 작년 말부터 크레딧물을 적극적으로 담아둔 결과, 1분기에는 스프레드 축소, 2분기에는 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수익이 극대화됐다. 채권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박헌준 하나증권 S&T그룹장은 "시장을 이기려 하기보다 따라가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며 "특히 상반기에는 변동성이 컸지만,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와 금리 하락 국면에서 기민하게 대응해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계절적 요인도 언급했다. "S&T 비즈니스는 10월 이후 자금 수요가 줄면서 채권에서 이익 내기가 쉽지 않다. 연말까지는 보수적으로 포지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상반기에 벌어들인 채권 이익을 기반으로, 하반기에는 수익 방어에 집중하는 방침이다.
내수시장 포화…파생은 해외 플랫폼으로
국내 파생시장은 구조적으로 위축돼 있다. 은행 규제 강화로 국내 ELS 발행 규모는 불과 1~2년 만에 70조 원에서 16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하나증권은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 그룹장은 "국내만 바라봐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며 "홍콩·싱가포르·대만 등 합산 300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에 상품을 직접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해외 플랫폼 비즈니스'는 PB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면 발행사들이 실시간으로 호가를 내고, 최적 조건이 즉시 체결되는 방식이다. 글로벌 IB들은 이미 하루 수만 건의 주문을 소화하고 있다. 하나증권도 이 구조에 공급자로 진입해, 하루 평균 3천 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해외에서 상품을 사 오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되레 공급자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 파생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델타원·차익거래 등 신규 영역 성과
신규 영역에서도 성과가 나타났다. 하나증권은 작년부터 델타원 비즈니스를 본격화했다. ETF LP를 맡아 자산운용사와 연계하는 구조인데, 삼성·미래에셋 등 선발주자가 이미 수천억 원대 수익을 내고 있는 영역이다. 후발주자인 하나증권도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
또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거래소 간 차익거래 기회가 늘어나면서, 모델 기반 퀀트 트레이딩 성과도 개선됐다. 박 그룹장은 "알파 추구보다는 모델 신호를 기반으로 매매하고 있어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좁은 무대, 제한된 전략…국내 S&T의 숙제
국내 증권사 S&T의 현실은 여전히 글로벌 IB와 큰 차이가 있다. 박 그룹장은 "JP모건,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들은 수십 개 데스크를 깔아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안정적 수익을 낸다"며 "국내 증권사는 채권·주식·파생 몇 가지에 국한돼 있어, 한 군데가 흔들리면 대체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하면 국내 증권사의 손익은 구조적으로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외 플랫폼 진출, 델타원 등 신규 비즈니스 확대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메우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불확실성 확대 국면, 보수적 전략 강화
향후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하방 경직성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중국 제조업 지표 둔화에 따른 경기 모멘텀 약화, 신용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박 그룹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포트폴리오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가고, 단기·우량물 위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며 "장단기 금리차 변화에 대응하는 스티프닝 포지션, CDS(신용부도스와프)를 활용한 신용헤지 등 방어적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세정책 변화, 글로벌 경기 둔화, 통화 변동성 확대 등이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며 "단기 성과보다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헌준 하나증권 S&T그룹장 인터뷰]
채권 강세에 상반기 실적, 하반기는 방어 모드
내수시장 한계 넘어…파생 해외 진출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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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비 좁은 무대·규제 속 보수적 전략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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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8월 2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