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징역 15년 구형'에 놀란 투자자들, "카카오 판단 유보"
입력 25.09.01 13:40
'SM 시세조종' 의혹에 사법 리스크 증폭
강력한 구형에 시장은 "불확실성 커졌다"
2분기 최대 실적에도 중장기 사업 안갯속
고의 매도 증거 불충분 논란 여지는 있어
  •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게 중형을 구형하면서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사법 리스크 자체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지만, ‘현실화’가 다가오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증권사 및 투자자들은 일단 카카오에 대한 “판단 유보”를 유지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만약 1심 판결이 예상보다 무겁게 나오고 재판이 장기화된다면, 카카오의 리더십 공백이 이어지고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및 신사업 제동 이슈도 떠오를 수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카카오는 전 거래일보다 1.36% 내린 6만16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카카오는 한때 5만95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에게 중형을 구형한 영향으로 카카오가 장 초반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김 위원장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고정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오랜 기간 김 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돼 왔고 ‘예상된 이벤트’이지만, 생각보다 강도 높은 검찰의 구형에 시장도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키움증권 등 일부 증권사 리서치에서는 카카오가 최대주주 구형과 관련한 이슈로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러한 해석에는 AI 등 카카오의 핵심 사업이 오너의 사법 리스크에 받을 영향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다만 이러한 오너 리스크가 AI 등 핵심 사업을 비롯해 여러 영역에 유무형의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다수인 분위기다. 한동안 투자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관망하는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실적도 나쁘지 않고 4분기에도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대형 이벤트가 발생하다 보니 ‘정량적 분석’이 지금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주가도 당분간은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고, 사법부의 최종 판단 이후 SM엔터 지분 정리라든지 실제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지 등을 확인해야 시장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뱅크(카뱅)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잃는 것은 물론 원화 스테이블 코인, 핀테크 등 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카카오의 신사업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 5억원을 구형하면서 카카오는 카뱅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대주주로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카카오는 카뱅 지분율을 현재 27.16%에서 보유 주식 한도(10%)까지 줄여야 하고, 이 경우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카뱅의 최대주주가 된다.

  • 검찰이 김 위원장에게 강력한 구형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 해당 사건을 두고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도 없지 않다.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집사 게이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연관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김 위원장도 소환 대상이 되는 등 여러 정치적 사건에 휘말린 점도 고려된다.

    현재 이재명 정부가 강력하게 내걸고 있는 ‘주가조작 및 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 기조 아래, 모범 사례로 김 위원장 사례가 본보기로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통상 정부의 주가조작 및 시세조종 사례들은 코스닥 시장 등 비교적 작은 규모의 기업들에 해당하는 경우가 중점이지만, 이번에는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 사례에도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증시 사기 혐의 등으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엔터사업(하이브), AI 및 IT(카카오), 투자자본 활성화(MBK) 등 정부가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대표적 사업에서 각각 핵심 회사들의 오너들이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는 사태에 안타까움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김범수나 방시혁의 사례가 전형적인 시세조종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보니, 정부가 ‘불공정거래 근절’ 아젠다 아래 강하게 나가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 “정치적 배경이 어떤지와 별개로, 일단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전까지는 카카오도 M&A 등 굵직한 경영 판단은 미룰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시장도 카카오에 대한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