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6000억원 몸값 협상 관건
입력 25.09.08 11:05
애경 '6000억' 몸값 희망…5000억원대 조율 가능성
애경산업 인수가 태광그룹 M&A 복귀 신호탄 될까
  • 태광그룹이 생활용품·화장품 회사 애경산업 인수에 나선다. 섬유와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K뷰티’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으로 지주사 AK홀딩스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유동성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애경산업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 주관은 삼정KPMG가 맡았다. 당초 애경그룹은 이번 주 내 우협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번 거래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다. 지난 5일 기준 애경산업 시가총액은 약 4300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기업가치는 6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인수가액은 4000억~5000억원대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 측과 태광 측의 협상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막판 가격 조율이 성사의 최대 변수다. 애경그룹은 약 6000억원 수준의 밸류를 희망해왔다.원매자 희망가와 간극이 있다보니, 밸류에이션 조율이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지난달 22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태광산업 외에도 앵커프라이빗에쿼티, 폴캐피탈코리아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앵커PE는 공식 제안서 제출이 지연되면서 참여 의지에 의문이 제기됐고, 폴캐피탈코리아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경쟁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앵커PE가 막판에 추가 의지를 보이면서 협상 과정에서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54년 애경유지공업으로 출발한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모태 기업이다. 케라시스·2080 등 생활용품 브랜드와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6791억원, 영업이익 468억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 매각은 애경그룹의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유통·석유화학 사업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비주력 자산인 골프장 중부CC 매각에 나섰고, 그룹의 상징인 애경산업까지 정리 대상에 포함됐다. AK홀딩스의 순차입 부채(연결 기준)는 지난해 말 2조원을 넘었고, 부채비율도 2020년 233.9%에서 작년 328.7%로 올랐다. 

    태광산업은 지난 7월 2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공개하며 화장품·에너지·부동산 인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계열사 흥국생명이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를 계기로 다시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2008년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그룹의 대형 M&A가 중단됐지만, 관련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경영 복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