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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등으로 노동 분쟁 리스크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기업들의 해법으로 '자동화'가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투자업계도 피지컬 AI와 로봇 테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AI 투자 활성화 기조와 노란봉투법 등 노동 관련 규제 강화가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자동화 수요가 커지자, 시장은 이를 필수불가결한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랑봉투법 통과 이후 불과 일주일만에 레인보우로보틱스·나우로보틱스 등 주요 로봇주가 10% 이상 급등했고, 비상장사인 무인운반차 제작업체 러셀로보틱스·시스콘 등도 '정책 수혜 기술기업'으로 분류되며 투자 선점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책 리스크가 촉발한 자동화 테마가 주식시장과 비상장 투자시장 모두를 흔든 셈이다. 로봇·자동화 기업들이 '정책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단기간에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급증했고,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도 크게 늘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투자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존에 AI·로봇 분야를 보던 국내 주요 벤처캐피탈(VC)뿐 아니라 중소형 VC까지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형 VC는 인력 등 인프라가 한정돼 포트폴리오가 바이오·ICT 등 특정 섹터에 집중된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정부 정책이 투자 전략을 재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소형 VC 심사역들 사이에서는 "피지컬 AI 등 딥테크 분야를 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VC는 내부 자원을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전문가 영입까지 시도하고 있다. 한 바이오·ICT 전문 VC는 전담 심사역에게 "AI·로봇 기업도 추가로 보라"는 지시를 내린 것은 물론, "지인 중 관련 전문가가 있으면 영입을 시도하라"는 주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기업 선점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유명세를 얻은 '투모로우로보틱스'는 초기 라운드에서 투자 경쟁이 치열하게 붙으면서 일부 유명 VC도 선점에 밀려나기도 했다.
증권사들도 변화된 기류를 인정한다. 한 대형 증권사 실무자는 "피지컬 AI·로봇 테마는 원래도 '핫'했지만, 이번 정부 정책이 가속 트리거가 된 건 사실"이라며 "기관·VC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책으로 자극되면서 시장 전체에 불이 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최근 로봇·AI 관련 보고서 발간 빈도를 늘리거나 아예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관련 테마형 펀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구체적 기술력이나 사업성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 수혜'라는 이유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정책 변화를 계기로 한쪽으로 과도하게 기울면서, 실질적 성과와 무관한 '버블'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초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기술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높은 기업가치가 책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어, 후속 라운드 투자에서 조정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투자업계 전반의 '피지컬 AI·로봇'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정책 리스크는 회피 요인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읽히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 분쟁 확대 등 경영 변수는 기업들로 하여금 장기적 비용 안정화 수단으로 자동화를 선택하게 만들고, 이는 곧 AI·로봇 기술 수요 확대로 직결된다.
투자업계는 지금은 리스크 관리보다 선점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속에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 구글 등 주요 기업들이 딥테크 및 로봇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연간 30조 달러를 벌 수 있다"고 공언하며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피지컬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꼽았다. 엔비디아 역시 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를 노리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연초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을 통해 "AI 다음의 개척 분야는 피지컬 AI"라며 "이제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이 투자 자본을 유입시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피지컬 AI와 로봇은 결국 산업 전반의 주류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그 과정의 최전선에 있고, 지금 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자체가 곧 기회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로봇株 급등…비상장사까지 '정책 수혜주'로 부각
투자업계, "지금은 선점이 우선"…전문 심사역 충원·추가 투자 경쟁
기술 검증 부족한 기업가치 논란 속…"정책 리스크=기회" 인식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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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