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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는 현재 핵심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지분으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지분 약 6%가량을 유동화해 최대 70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개 증권사가 계약을 조율 중인데 에코프로 측 요청에 난감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회사가 PRS로 받아갈 주식을 재매각(셀다운) 없이 각사가 최대한 소화해달라 주문했다는 것이다.
PRS는 주식과 같은 기초자산을 매각에 가깝게 넘기되 만기에 가치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비엠 주식으로 A증권사와 PRS를 체결하면 향후 가격 변동분을 제외하고 배당, 의결권을 포함한 대부분 권리가 A증권사로 넘어간다. ▲돈은 필요한데 부채로 조달할 형편이 못 되고 ▲유상증자를 하자니 주가 하락이 걱정되고 ▲마침 보유 주식이 제값을 못 받는다고 판단할 때 PRS를 체결하는 게 유리하다.
실제로 회사는 지금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바닥이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PRS로 7000억원을 조달하고 5~6% 수준의 수수료(사실상 이자)를 물어도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을 취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년 전 고점(종가 기준 45만5000원) 대비 75%가량 빠졌다. 회사 판단대로 주가가 오를 게 확실하다면 PRS는 현 시점 가장 싼 조달 선택지다.
그런데 증권사 입장에선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PRS 구조상 어차피 변동에 따른 정산 책임은 에코프로가 지기 때문이다. 주가 전망보다는 ▲예상이 빗나가 주가가 떨어지면 하락분을 보전할 수 있느냐 ▲만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수료를 차질 없이 지불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시장에선 자연히 에코프로가 PRS 셀다운을 꺼려하는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계약을 앞둔 증권사들은 이번 PRS에 자체 북(book·운용한도)을 얼마나 쓸지 따져보는 상황으로 확인된다. 통상 PRS 체결에 뭉칫돈을 쓴 투자은행(IB)들이 재매각에 나서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자 성격의 수수료를 꼬박 받아가되 북이 묶이는 것보단 북을 활용해 다양한 거래를 주선하고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업(業)의 본질에도 부합한다.
주선기관 한 실무자는 "이번 에코프로 PRS는 회사 측 희망에 따라 대부분 셀다운을 못하고 북에 얼마를 담겠다는 식으로 계약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앞서 체결된 대부분의 PRS 거래도 그렇고 곧 진행할 LG화학 PRS도 마찬가지고 기관에 물량을 유통시키는 게 통상적인데, 회사가 셀다운을 꺼려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괜한 오해를 사는 것 아니냐는 부담감도 있다. PRS는 주가 변동을 뺀 나머지 권리를 다 넘기는 구조여서 진성매각에 가장 가까운 거래로 통하고, 회계상 부채로도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총수익스와프(TRS)를 밀어내고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TRS는 PRS와 유사해도 배당, 의결권이 양도자에 남아 주식담보대출이나 '파킹딜' 시비에 취약한 편이다. 올 들어 공정당국이 TRS의 우회적 활용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어 부담이 커진 수단이기도 하다.
에코프로가 PRS로 받아간 주식의 처분 문제에 간접적으로라도 관여하게 된다면 애기는 달라진다. 셀다운을 꺼려하는 이유가 향후 주식을 되사오기 위한 의도로 비치게 되면 예상보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앞서 회계기준원의 PRS 회계처리에 대한 답변이 시장에 논란을 낳은지도 얼마 되지 않은 참이다. 당시 회계기준원은 "위험과 보상을 누가 보유하느냐, 통제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회계처리 기준을 달리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대기업들이 영구채 유통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주관사 북에 직접 담아달라 조르긴 해왔으나 PRS를 셀다운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었다"라며 "에코프로가 주관사들에게 진성매각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는데 괜한 오해를 낳는 방식 아닌가"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선 콜옵션 등 계약상 재매입할 권리를 못박지 않는 한 법적으로 문제될 가능성까진 없다고 보고는 있다.
에코프로가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아쉬움 없이 진성매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에코프로는 현재 에코프로비엠 지분 45.58%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PRS가 진성매각이라면 지분율은 39%대로 떨어지게 된다. 이중 주식담보대출 등에 담보로 잡혀 있는 지분은 6.45%가량이다. 특수관계인인 가족회사 데이지파트너스(전 이룸티앤씨)도 4% 수준 지분을 쥐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주담대의 담보로 묶여 있다. 당장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PRS 이후 담보계약에서 자유로운 지분은 33~34%만 남게 되는 셈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2023년에 에코프로비엠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보통주 전환 가능성까지 따지면 담보물이 아닌 지분은 33% 턱걸이가 된다"라며 "지배력 위협까진 없겠지만 지주사 에코프로 자체 현금흐름이 미약한 게 걱정이다. 앞으로는 계열 중복상장도 힘들 테고 핵심인 에코프로비엠 지분을 최대한 들고 있는 게 안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자회사 지분에 대한 아쉬움이 셀다운을 꺼려하는 형태로 전달된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 2차전지는 물론 석유화학까지 유동성 급한 산업 각지에서 쏟아지는 PRS 거래를 고려하면 회사의 희망이 다소 무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메자닌, 유상증자, 영구채 등 선택지를 두루 거쳐 PRS까지 밀려난 경우가 대부분인데 에코프로만 예외적으로 대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PRS가 손실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5~6%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투자처로 알려져 있지만 리스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증권사에 떨어지는 수익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에코프로의 PRS 수수료율도 위험도에 비하면 합당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가 희망하는 구조를 따라준다고 프리미엄을 더 지불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취재노트
에코프로의 PRS 셀다운 자제 요구에 증권사 난색
진성매각 성격 강한 PRS, 셀다운 금지에 오해 소지
지분 매각에 아쉬움 없는 상황도 아냐
"확실히 쥔 에코프로비엠 지분은 33%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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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11일 15: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