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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의료미용기기 회사들은 투자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K-뷰티가 주목을 받으면서 피부미용 의료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 또한 의료미용기기 업체들의 성장세에 주목하며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미국, 유럽 외 중국에서도 의료미용기기 투자 매물을 찾는 기류도 나타나며 회수 부담이 적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 환경은 바뀌었다. 대형 M&A 거래는 뜸해졌고, 의료미용기기 업체들의 몸값은 부담스러울 정도가 됐다. 원매자를 찾던 클래시스는 높은 몸값 때문에 매각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해외 PEF가 인수를 검토했지만 의지가 명확한 곳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매각 대상인 지분 약 60%의 가격은 최대 3조원이 거론됐으며, 현재 클래시스의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런 가운데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는 CBC그룹이 보툴리눔 톡신 제제 기업 휴젤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세워 주당 40만원대의 가격을 요구한다는 내용이다. CBC그룹은 해외 헬스케어 전문펀드로, 3년여전 ㈜GS, IMM인베스트먼트, 중동 국부펀드 무바달라와 함께 휴젤의 지분 43%를 인수했다. 인수 규모는 1조6000억원 정도였으며, 인수금융으로 절반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PEF의 통상적인 회수 시점을 고려했을 때 CBC그룹이 휴젤 지분을 매각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평가다. 휴젤 실적도 인수 전과 비교하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연간 매출은 2021년 2452억원에서 지난해 3730억원으로 증가했고, 주력 제품 수출을 늘리며 수익성을 개선한 덕분에 같은 기간 연간 영억이익도 972억원에서 1662억원으로 늘었다. 이로 인해 휴젤의 주가는 인수 전과 비교해 160% 증가했고, 시가총액은 현재 4조원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휴젤의 매각설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는 "높아진 몸값만 다시 확인했다"는 분위기다. 피부미용 산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은 뛰어나나 당장 원매자로 나설 곳이 마땅하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특히 매도자가 휴젤의 주당 가치를 40만원대로 본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매자와 매도자 간 가격 차이를 좁히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제외하고서라 인수 이후 기업 가치를 더 높여야 하는 과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M&A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은 점도 의료미용기기 업체들의 매각 추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경영 활동을 압박하는 법안이 강화되며 PEF 역시 거래 추진 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개정안 영향으로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시 공개매수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는 의료미용기기 업체의 높은 몸값에 더해 원매자의 부담을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M&A 업무를 담당하는 IB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미용기기 기업의 밸류가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원매자를 쉽사리 찾긴 어려워 보인다"라며 "국내 기업은 인수 의지는 있어도 자금 여력이 없어 사실상 몇몇 외국계 PEF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의료미용기기 업체들의 밸류를 어떻게 더 올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기업 몸값은 수조원대인데, 보유 기술로 시장을 키우기가 어려워 사실상 파이 먹기 싸움을 해야 하거나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어려운 기업들도 많다"고 말했다.
K뷰티 효과를 톡톡히 본 의료미용기기 업체들에 대한 투자업계의 관심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비싸게 팔려는 쪽과 이를 의심하는 쪽의 눈치싸움은 이미 한창이다.
취재노트
투자업계서 CBC그룹 휴젤 지분 매각설 돌아
인수 이후 실적 개선에 시가총액 4조원 돌파
"M&A 환경은 녹록지않고 국내 SI는 여력 없어"
매각설에 몸값 부각…시장선 "이미 밸류 높아"
투자업계서 CBC그룹 휴젤 지분 매각설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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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환경은 녹록지않고 국내 SI는 여력 없어"
매각설에 몸값 부각…시장선 "이미 밸류 높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