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제도 개선 후 첫 코스피 상장 명인제약, "상속 위한 상장 아냐"
입력 25.09.15 15:06
공모금액 최대 1972억원·예상 시총 8648억원…신주 100% 발행
기관투자자 락업 몰리며 수요예측 상단 확정 가능성 높아
현금자산 2700억·창업주 고령에 상속설 불거졌으나 정면 반박
현재 배당성향 20%대…"제약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것"
  • 제약기업 명인제약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에 도전한다. IPO 제도 개선 이후 첫 코스피 상장사다. 충분한 현금 여력과 창업주의 고령으로 상속을 위한 상장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회사 측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선택”이라며 선을 그었다.

    명인제약은 1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명인제약은 이번 상장을 통해 340만 주를 전량 신주로 공모할 계획이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3.3% 규모다. 희망 공모 밴드는 4만5000~5만8000원으로 총 공모 금액은 상단 기준 1972억원, 예상 시가총액은 8648억원이다. 수요예측은 9~15일, 일반청약은 18~19일에 진행되며 상장일은 내달 1일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다.

    명인제약은 IPO 제도 개선의 적용을 처음 받는 코스피 상장사가 될 전망이다.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은 공모주 청약 단계에서 확약 기관에 최소 30%를 우선 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기관들이 락업을 걸며 상단 주문을 넣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탄탄한 재무구조와 최근 코스피 신규 상장 부재가 겹치며 공모가가 상단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명인제약의 상장 배경을 두고 상속 논란이 제기돼왔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 자산이 2777억원에 달해 자금 조달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창업주 이행명 대표(76)의 고령이 겹치면서다. 지난 7월에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가를 눌러 증여세를 줄이려는 상속용 IPO"라고 지적해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명인제약은 승계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주주 지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승계만을 생각했다면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으며, 오로지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상장이라는 설명이다. 상장 후 3~4년 안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대표이사의 자녀들 또한 경영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고 설명했다.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은 "해외에서 글로벌 라이선싱이나 신약 공동연구 등을 추진할 때마다 상장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신입사원을 채용할 대도 비상장사여서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해선 상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라고 설명했다. 

    지경숙 명인제약 재경부 이사는 "현금성 자산이 많은 이유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경영 방침이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회사들의 IPO 목적이 자금 조달에 있다보니 상속을 위한 상장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데, 오히려 자금 여력이 없는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는데 향후 발생할 수익까지 밸류를 받아 상장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명인제약은 1985년 설립된 중추신경계(CNS) 전문 제약사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이가탄F'와 '메이킨Q'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해 기준 매출의 76.4%가 조현병·우울증·ADHD 치료제 등 CNS 전문의약품에서 발생했다. 고령화와 정신질환 증가세가 성장 기반으로 꼽히지만, 업계에서는 "폭발적 성장보다는 가치주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주환원도 향후 과제다. 명인제약의 현재 배당성향은 20% 수준이어서다. 일각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배당성향 40%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회사 측은 제약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오너 일가의 지분 73.81%가 보호예수 기간 6개월 이후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 회장은) 투자자가 아니라 창업자"라면서 "창업주이기 때문에 6개월 뒤에 전량이 시장에 나오는 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