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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가 사실상 청산 수순에 돌입했다. 부족한 자본력과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애매한 입지 등으로 새로운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한 결과다. 기업회생절차는 최장 18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법원이 1년만에 위메프의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인수자를 찾고 있는 회생 기업들의 긴장도가 상당히 높아졌단 평가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9일 위메프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법원의 결정 이후 2주 간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은 즉시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위메프가 다시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이제까지 인수자가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새로운 회생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메프는 한때 티몬, 쿠팡과 함께 1세대 이커머스 3강(强)으로 불렸다. 이커머스 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시장을 잠식해나간 쿠팡과는 달리 위메프가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파산으로 이어진 데에는 부족한 자본력과 전문화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와 같이 자본력이 뒷받침한 종합몰 ▲무신사, 컬리와 같은 전문몰(버티컬 플랫폼)의 형태로 양분화하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위메프는 자본력도 열위한데 타사에 비해 시장 지위도 애매하다보니 경쟁력을 상실했단 평가가 나온다.
EY한영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위메프의 청산가치는 134억원, 존속가치는 마이너스(-) 2234억원으로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보다 청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큰 재무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상태였다.
글로벌 기업 자문사 관계자는 "(위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은 북미 이커머스업체 위시를 인수해 새로운 전략적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자본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며 "앞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은 니치(틈새) 포지션을 찾지 않으면 과거처럼 가격 경쟁만으로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큐텐그룹의 자회사이자 위메프와 동시에 회생절차에 돌입했던 티몬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는데 성공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단 티몬 역시 시장점유율, 가격경쟁력, 자본력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에 비해 뚜렷한 강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을 회복하는 과제가 시급하단 평가가 나온다.
티몬은 오아시스에 매각된 이후 지난 10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었으나 잠정 연기했다. 오아시스는 이커머스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 꾸준히 관련 매물을 물색해 왔는데, 티몬의 경우 플랫폼 자체보다는 티몬이 가진 고객정보에 주안점을 두고 인수를 추진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한 회생·도산 전문 변호사는 "위메프나 티몬같은 플랫폼 사업은 원천기술이나 유형자산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 산정이 어렵다"면서 "오아시스도 사실상 티몬이 보유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회생절차는 최대 18개월까지 진행할 수 있다. 위메프 측 역시 기한 연장을 바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를 연장하지 않고, 1년 만에 위메프의 회생절차를 종료한 만큼 회생절차를 진행하면서 인수자를 찾고 있는 기업들의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단 평가다.
티몬과 위메프가 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인터파크커머스, 초록마을, 홈플러스 등 다수의 유통·이커머스 업체들이 줄줄이 회생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회생절차 기간은) 원칙이 1년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6개월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며 "제너시스BBQ그룹의 위메프 인수가 무산된 이후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회생절차를 진행중인 유통기업 가운데 컬리, 더본코리아 등이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초록마을은 M&A 성사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거론된다. 홈플러스와 인터파크커머스 등은 인수의향을 가진 후보자가 아직 등장하진 않은 상황이다.
큐텐의 자회사 인터파크커머스도 사실상 위메프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홈플러스 역시 긴장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M&A 진행 과정에서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할 경우, 18개월인 회생절차 최대 기한을 담보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다른 회생·도산 전문가는 "위메프 파산은 회생법원이 인가 전 M&A 과정에서 확실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간만 끄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메세지를 준 것"이라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해서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고 있는 홈플러스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기 때문에 매각주관사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메프 사실상 청산수순 돌입
즉시항고·새로운 회생 개시 신청 어려울 듯
18개월까지 가능한 회생절차, 1년 만에 종료한 회생법원
"확실한 인수자 없이 절차 연장은 무의미하단 메세지"로 해석
즉시항고·새로운 회생 개시 신청 어려울 듯
18개월까지 가능한 회생절차, 1년 만에 종료한 회생법원
"확실한 인수자 없이 절차 연장은 무의미하단 메세지"로 해석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