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나섰지만…PEF, 프로젝트펀드 출자 받기 ‘바늘구멍’
입력 25.09.17 07:00
출자비리 후폭풍·규제 강화 속 자금 쏠림 심화
어펄마·웰투시·소시어스PE 프로젝트 펀드에 자금몰려
'JB모건'이라 불리는 JB우리캐피탈 비롯해
RWA 제약 없는 캐피탈사 중심으로 시장 조성돼
  • 새마을금고가 프로젝트펀드 출자에 다시 나섰지만, PEF(사모펀드) 업계의 체감 현실은 여전히 냉랭하다는 평가다. 과거 출자비리 사태 이후 심사 기준이 크게 강화되면서 실제 자금 집행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기금·공제회 등 전통적 기관투자자들이 프로젝트 펀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일부 캐피탈사와 특정 하우스에 자금이 몰리는 ‘바늘구멍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올 하반기부터 프로젝트 펀드 출자를 재개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투자심사부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행정안전부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실질적 ‘자금 집행률’은 낮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해 통과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기관투자자는 “출자를 공식화했지만 심사를 통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사실상 ‘출자비리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출자 시장의 또 다른 큰손인 교직원공제회는 프로젝트 펀드 심사와 출자를 대부분 하나대체운용에 위탁하고 있다. 인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사실상 외부 전문 운용사에 의사결정을 맡긴 셈이다. 큰 규모의 딜은 본사가 직접 검토하지만, 중소 규모 딜은 대체운용사가 걸러내는 구조다.

    다른 연기금·공제회도 마찬가지다. 자금 여력은 있지만 프로젝트 펀드에 대한 직접 출자보다는 위탁·간접 방식으로 대응하는 추세다.

    전통적으로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가 출자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였으나, 바젤Ⅲ 규제에 따른 RWA(위험가중자산) 한도에 막혀 과거만큼 적극적이지 못하다. 이 공백을 JB우리캐피탈이 빠르게 파고들며 ‘JB모건’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JB우리캐피탈은 연말에도 출자가 가능한 ‘유연성’으로 시장 내 위상을 강화했고, KDB캐피탈·IBK캐피탈·과학기술인공제회 등 RWA 제약이 덜한 기관들도 주요 투자자로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금은 소수의 출자자와 일부 딜로 집중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펀드 조성은 성과가 빠르게 드러나는 만큼, ‘하우스 브랜드’에 따라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펀드 조성 자체가 하우스의 실력을 보여주는 척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성과 사례도 대형 하우스를 중심으로 집중됐다.

    어펄마캐피탈은 프로젝트 펀드로 폐기물업체 CEK 인수 성공했으며, 웰투시인베스트먼트는 에스아이플렉스(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사) 경영권을 확보했다. 소시어스PE는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처럼 성과를 보여준 하우스는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얻으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반대로 인지도가 낮은 하우스는 프로젝트 펀드 조성 자체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다.새마을금고뿐 아니라 수협·신협 등도 출자 여력은 갖추고 있지만, 유동성 여건이 예전 같지 않고 출자비리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 심사를 더욱 깐깐히 하고 있다. 

    그 결과 ‘검증된 하우스’와 ‘양질의 딜’을 중심으로만 자금이 몰리며, 중소형 PEF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펀드 출자가 사실상 몇몇 대형 운용사와 출자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시장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