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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의 최근 주력 상품인 '간편보험'이 보험회계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예상 손해율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탓에 지금 같은 수요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손해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험통계가 부족한 손해보험사들이 영향권에 놓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은 간편보험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보험 대비 보험료가 높아 예상 손해율이 낮게 집계되고,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도 유리한 탓이다.
간편보험은 일반보험에 비해 심사 기준이 완화된 보험을 뜻한다. 질병 이력이 있거나 고령의 나이로 인해 일반 보험 가입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3개월 이내 질병 진단·검사 소견 ▲5년 내 입원·수술 여부 ▲5년 내 중증 질환(암·뇌졸중 등) 이력 등을 확인하는 3·5·5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초반에는 생명보험사들이 암보험을 위주로 판매했지만, 최근에는 손보사들도 속속 상품을 출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 속 수요층을 넓힐 수 있는 데다, 일반 상품에 비해 보험료가 1.5~2배 비싸 당장 수익 확보에도 유리하다.
판매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일부 보험사는 간편보험 예상 손해율을 일반 건강보험보다 낮게 잡고 있다. 보험료가 비싸다 보니 손해율 방어에 유리한 면이 있고, 중증 질환의 재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보편적인 시각도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의 경우 간편보험을 판매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경험통계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금이야 본격적인 보장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지만, 판매 시점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부터는 손해율이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벌써부터 판매량이 둔화되는 점도 문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간편보험은 현재 경쟁이 너무 심해서 예상 손해율을 유지할 정도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만큼 팔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아직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 시기상조고, 너무 낙관적으로 가정하면 차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병자 실손보험의 경우 이미 손해율이 치솟는 추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상위 5개 손보사의 유병자 실손 손해율은 단순 평균 67%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22년 51%에서 급격히 올랐다.
일각에선 최근 2~3년 내 판매된 간편보험의 보장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는 2027~2028년부터는 손해율 악화에 따른 후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손보사들은 올해 들어 예실차가 적자로 전환되며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도 보험업계의 실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최근 손보사 신계약 내 비중이 높아진 간편보험의 경우 건강체 대비 높은 보험료 등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손해율을 기록하는 모습"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빨라진 고령화 추세 등을 감안했을 때 과거 경험통계 대비 높은 손해율 등 가정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예실차 및 CSM 조정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현저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비싼 '간편보험'으로 실적 확보했지만
경험통계 없이 비교적 낮은 예상 손해율 적용
"예실차·CSM 조정 불확실성 현저히 높아져"
경험통계 없이 비교적 낮은 예상 손해율 적용
"예실차·CSM 조정 불확실성 현저히 높아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