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기업 크레딧 리스크 확산… 나신평 "하반기 신용등급 추가 조정 가능성"
입력 25.09.17 17:27
석화산업, 크레딧 리스크 확산 가능성
현대차그룹, 경쟁사 比 관세부담 노출도 높은 수준
철강 후공정사·2차전지 소재사, 신용등급 하방 압력 높아
  •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 진행 경과와 내용에 따라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열려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현재 정부도 370만톤의 설비 축소 등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통한 실제 효과가 발생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는 탓이다. 이에 구조조정 과정에서 개별 기업별로 사업·재무 위험 변화 수준 등을 살펴 신용등급을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17일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NICE CREDIT SEMINAR 2025'에서 자동차, 철강, 2차전지, 석유화학 산업의 국내 대표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비교하고 이에 따른 신용등급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석유화학 사업에 대해서는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신용등급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개선 여부와 핵심자산 매각 현황 등을 모니터링해 그 결과를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사들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질적인 채무상환능력 개선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최대 370만톤의 설비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지형삼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구조조정안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일정 수준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2027년까지 중국 중심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추후 2차 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 연구원은 "개별 기업별로 사업위험이나 재무위험의 변화 수준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석유화학 기업들은 타사의 크레딧 리스크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관세부담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자동차 회사별로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의 추가 비용을 인식하는 등 올해 상반기 주요 자동차 기업들의 영업수익성은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성장해 온 만큼, 경쟁사 대비 관세 부담에 노출된 정도가 높은 편으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제품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이나 GM 대비 열위에 있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세영 나신평 실장은 "현대차그룹의 관세부담 노출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면서도 "판매지역 구성이나 제품 구성 등이 우수해 수익성 저하에 대한 대응능력이 우수하고, 경쟁사 대비 재무적 여력도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추가적인 통상정책 변경 여부나 시장 내 지위 변화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지만,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의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철강, 2차전지, 석유화학 산업은 미국 관세부담보다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해 긍정적 전망도 엿보이는 2차전지와는 달리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은 근시일내 공급과잉의 실질적인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산업은 중국 공급과잉과 더불어 미국의 품목별 관세 상향 조정(25%→50%) 등 전세계적으로 무역장벽 또한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송동환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중국 내 수요둔화가 지속되면서 철강산업의 경쟁 심화가 지속될 것"이라며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상공정사들의 수익성 개선여력이 제한적이다"고 밝혔다. 특히 상공정사보다 재무적 완충력이 부족한 하공정사들은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 클 것이라는 진단이다. 

    2차전지 산업 역시 중국의 공급과잉에 직면했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 등의 통상 환경이 국내 기업에게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배터리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더딘 상황이라, 채무부담이 완화되지 못한다면 신용등급의 추가 하락도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신호용 책임 연구원은 "통상 환경 변화에도 소형EV 시장이 성장을 이끌고 있어 중대형EV 위주의 한국 배터리사는 즉각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기업 계열 배터리사들은 자본성 자금조달로 신용도 하락을 방어해왔지만, 대기업 계열이 아닌 소재사 등은 채무성 자금조달이 다수라 등급 하방 압력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