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관세·구금 타격에도 美 투자 늘린다…5년간 국내외 77.3조 투자
입력 25.09.19 14:45
조지아 배터리 합작 지연에도 "美 투자 지속" 방침
5년간 77.3조 투자 계획발표, 미국 현지화도 속도
로보틱스 사업·對 중국 성장 전략 제시
  • 현대자동차가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CEO 인베스터데이를 개최했다. 배터리 합작 공장 착공 지연, 관세 등 악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내놨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현대차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CEO) 사장과 이승조 재경본부장(CFO) 부사장, 김창환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 유지한 차량아키텍처&인테그레이션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센터장 전무 등이 참석했다.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들도 자리했다.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내년부터 5년간 77조3000억원을 국내와 해외에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밝힌 투자계획보다 7조원 더 늘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전기차 캐즘 등의 위협을 투자 확대로 돌파한단 방침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영업이익률(연결기준)도 최대 9%로 끌어올린단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액도 확대됐다. 기존 11조6000억원에서 15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 등을 증설하는 데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호세무뇨스 사장은 "관세와 무관하게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은 성공하는 시장에선 반드시 현지화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특정 정치적 이벤트에 좌우되지 않는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생산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다. 

    회사는 최근 불거진 조지아주 배터리 합작공장의 지연 사태와 관련해서도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돼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번 CEO 인베스터데이 Q&A 세션에서는 ▲관세 대응 ▲중국시장 전략 ▲주주환원 정책 ▲로보틱스 사업 전망 등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현대차는 25% 관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 방어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대해 "2025년 가이던스는 관세율 25%를 전제로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세가 15%로 완화되면 가이던스 상단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관세와 무관하게 믹스 개선,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 판매금융 강화를 통해 수익성 최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세를 이유로 기계적인 가격 인상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중국 시장과 관련해서는 중국을 '위기이자 기회'로 규정하며 대응 전략을 밝혔다. 북경자동차(BAIC)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기술·비용·공급망·파트너 현지화를 재정비 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향후 신차 투입과 더불어 유통 혁신, 외부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를 병행해 판매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선 연간 총주주환원율(TSR) 35% 이상을 목표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3개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은 예정대로 이행하되, 구체적인 집행 시기와 방식은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로보틱스 사업 전망도 공유됐다. 투자 규모와 배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투자 시마다 투자수익률(ROI)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했다. 이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과 현대차 제조 역량을 접목해 전용 로봇 플랜트와 파일럿 센터를 구축, 실시간 생산 데이터와 연동되는 'End-to-End'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한 번 투자 규모는 늘었지만, 시장에서 기대했던 뚜렷한 투자계획이나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세부적인 안은 공유되지 않았다. 기존의 주주환원 정책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19일 오후 2시 30분 기준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2.4% 빠진 21만325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