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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의 미국 공장을 인수하려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 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움직임이 인수 성사의 단초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해 노보노디스크와 비만치료제 시장의 쌍두마차로 꼽힌다. 최근 비만치료제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활용 가치가 떨어진 자산은 매각하는 추세다.
지난 20일, 셀트리온은 미국 법인인 셀트리온USA를 통해 일라이릴리의 자회사인 임클론시스템즈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이 10월 말 성사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기업 매각을 앞두고 임직원들의 동요가 심해질 것을 우려한 일라이릴리가 계약 일자를 예상보다 앞당긴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임클론시스템즈는 미국 원료의약품(API) 제조·품질관리 기준(cGMP)을 만족하는 항체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한 업체다. 공장 인수 비용은 3억달러(약 4600억원)이고, 근무 인력의 고용 승계가 함께 이뤄진다. 자산과 부채는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운영 비용으로 2400억원을, 증설 비용으로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인수 과정에 투입할 비용은 1조4000억원 정도다.
일라이릴리가 비만치료제를 비롯한 주력 제품의 생산시설을 미국 내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의 단초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신약을 개발한 국내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라이릴리 역시 비만치료제에 집중하는 한편 관세 리스크 대응을 위해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일라이릴리는 미국 곳곳에 비만치료제 API 생산 공장을 건설,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왔다. 당장 미국 텍사스주, 인디애나주 공장에 투입하는 비용만 각각 65억달러(약 9조원), 90억달러(약 12조5000억원)에 달한다. 경쟁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지주사인 노보홀딩스가 나서 지난해 대형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캐털런트를 인수했다. 모두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한 조처다.
미국 법무법인 한 변호사는 "일라이릴리가 비만치료제, 차세대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미국에 여럿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투자나 증설을 거쳐도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생산시설은 차례대로 매각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셀트리온이 인수할 항체의약품 공장 역시 비만치료제 생산에 활용하긴 어렵다고 봐 매각 대상에 오른 듯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이 인수하려는 공장이 여러 이슈에 휘말렸던 만큼 가치가 떨어진 공장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년 전 셀트리온이 인수하려는 공장을 조사하며 생산 제품의 품질 관리, 제조 공정 등과 관련한 문제를 발견했다. 당시 이 공장에선 당뇨병 치료제와 암 치료제를 생산하고 있었다.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가 이 공장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 법무부가 제품 제조, 자료 위조 혐의로 이 공장을 조사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이후 시설, 장비 투자가 이뤄져 현재는 이런 문제가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공장이 가동된 지 오래된 만큼 추가적인 증설 역시 불가피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해당 공장은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에 설립됐으며 2008년 일라이릴리에 매각됐다. 셀트리온은 앞서 증설 비용을 3000억~7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최종적으로 증설에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셀트리온이 공장 인수 이후 어떤 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에 쏠리는 분위기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신약인 짐펜트라가 미국 시장 침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만큼 해당 공장 인수가 짐펜트라 매출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내후년인 2027년 해당 공장에서 짐펜트라를 비롯한 자사 제품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짐펜트라 생산을 위한 설계를 마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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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9월 24일 15: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