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10兆' 지른 국민성장펀드, 경쟁사들은 "집행·로드맵이 관건"
입력 25.10.14 07:00
우리금융 '국민성장펀드' 10조 선언…'판 열었다'
KB·신한·하나도 대응 준비…연쇄 발표 임박
"액수보다 집행이 관건"…과거 대형 펀드 전철 우려
첨단산업 투자와 정부 기조 정합성이 핵심
  •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1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을 선언하면서 판을 열었다. 포용금융을 포함한 전체 생산적 금융으로는 80조를 제시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시선은 단순한 숫자보다는 실제 집행과 투자 로드맵에 쏠린다.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곧 유사한 규모의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업계 안팎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는 것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선제적 발표 이후, KB·신한·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들도 내부적으로 대응 수치를 정리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발표 시점은 머지않았으며, 규모 역시 10조 전후로 유사한 규모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처음으로 숫자를 제시한 건 우리금융이지만, 다른 지주들도 내부적으로 지원 규모는 결정해 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지주 한 관계자도 "지주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정부에서 발표한 테마별, 분과별로 팀을 구성해 얼마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를 정리하고 있다"라며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TF에서 취합한 내용을 바탕으로 숫자는 만들어 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민성장펀드 '10조' 등의 액수 자체가 본질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과거 정권 초기마다 대규모 펀드 조성이 추진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거나 기존 투자에 금액만 얹는 방식으로 포장된 전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 조성액은 발표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며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투자영역을 개척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정부가 강조하는 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10대 첨단전략산업 정책 과제와의 정합성이 금융지주들의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힌다. 단순히 숫자를 크게 잡는 경쟁이 아니라, 구체적인 투자처를 제시하고 집행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정부 기조와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한 액수 경쟁보다 명확한 투자 방향성을 내놓는 게 훨씬 의미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성장펀드의 성패는 '누가 더 많은 금액을 내놓느냐'가 아니라 '집행과 로드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에서는 자체 계획을 얘기한 것이고, 이후 발표 이후의 반응을 살피며 금융위원회 차원의 조율도 있을 것"라며 "워낙 장기 프로젝트이다 보니 중간중간 어떤 숫자가 정해지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참여도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