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에 쌓이는 F&B 매물들…'K푸드' 확장성에 성사 여부 달렸다
입력 25.10.15 07:00
엄지식품·성경식품·광천김·노랑통닭·본촌 등
'K푸드' 글로벌 확장성만 밸류업 여지 남아있어
프랜차이즈는 유행 부담에 자금 모집 난항 지속
  • 국내 M&A 시장에 식품·외식업 매물이 계속해서 쌓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고, 가격 눈높이도 엇갈리며 거래 성사는 쉽지 않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확장성과 해외 경쟁력을 갖춘 일부만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모펀드(PEF) 운용사 UCK파트너스는 중소 식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엄지식품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를 포함한 일부 잠재 원매자들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에서는 예상 매각가로 2000억원 중반대가 거론된다.

    엄지식품은 냉동식품 주요 상품인 만두와 볶음밥 제조에 강점을 지녔다. 인수 후보자들은 엄지식품의 해외 사업 경쟁력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코스트코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엄지식품은 최근 미국 내 50여개 샘스클럽 점포에 내년부터 냉동 만두와 볶음밥 등을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PEF 어펄마캐피탈은 지난해부터 조미김 업체 성경식품 매각을 추진해왔다. K푸드 주요 품목으로 조미김 산업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천리와 농심 등 SI들도 관심을 보였으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일부 잠재 원매자들과 접촉을 이어가는 가운데, 가격 눈높이에 맞는 원매자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동종 업계인 광천김도 M&A 시장에 나와 있다. 삼일PwC가 매각 주관을 맡고 있으며, 경영권 매각과 투자 유치 등 폭넓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천김은 매출 기준 국내 1위 김 제조사로, 미국·중국·유럽 등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글로벌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매출도 늘고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매각자 측이 쉽게 눈을 낮추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식품 쪽은 나서는 원매자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딜 성사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동종 업체들이 동시에 여러 건 시장에 나와 있는 점도 고려된다"고 말했다.

    식품 제조사들이 매물로 하나둘 더해지는 가운데 프랜차이즈 매물도 여전히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당장 실적이 좋아도 확장성이 없으면 밸류업이 어렵다 보니, 'K푸드' 같은 글로벌 확장성을 포인트로 잡아야 그나마 관심을 끌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매달 수익이 정산되는 장점 때문에 PEF들이 한때 적극적으로 인수했지만 최근에는 '트렌드' 쫓기 부담으로 인기가 높지 않다. 이렇다 보니 해외 바이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경우가 늘었다.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본촌(본촌인터내셔날)은 해외 상장(IPO) 계획을 접고 물밑에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본촌은 한국식 치킨을 주력으로, K푸드를 앞세워 미국과 동남아 등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왔다. 2018년 VIG가 지분 5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뒤 글로벌 확장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448억원, 영업이익은 76억원을 기록했다.

    본촌이 이미 여러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K푸드 열풍 속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국내에서 소화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SI나 PEF 등 해외 거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동종업계의 노랑통닭은 한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노랑통닭 지분 100%를 보유한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는 졸리비 컨소시엄(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졸리비푸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가격 눈높이 차이로 협상이 결렬됐다. 매각자 측은 현재 다른 원매자와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한동안 밸류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K푸드를 내걸고 해외 확장성이 있는 곳들은 그나마 밸류업 여지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육류 프랜차이즈 명륜진사갈비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지난해 10월 PEF 포레스트파트너스가 인수 추진에 나섰음에도 자금 모집 난항으로 좀처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기관투자자(LP)들의 프랜차이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아 멀티플 5배도 높다고 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와중에 명륜진사갈비는 가맹점주 대상 불법 대부업 영위 논란까지 겹쳤다. 올해 국정감사에도 외식업계 수장들이 대거 소환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명륜진사갈비 운영사인 명륜당의 이종근 대표가 증언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부 점주들이 "실질적인 창업 지원"이라며 본사의 상생 지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성사된 F&B 매물로는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운영하는 엘비엠이 있다. 지난 8월 PEF JKL파트너스가 2000억원대에 인수를 완료했다. 런던베이글은 매도인 측과 시장 간 가격 이견으로 오랜 기간 거래가 지연됐던 매물이었지만, 수익성을 인정받아 멀티플 5배 이하에 거래가 성사됐다. 향후 해외 시장 확장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기존 제과제빵 품목으로 국내사가 해외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 LP 관계자는 "PE들은 달 단위로 현금이 돌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국내 F&B 시장은 매우 까다로워 프랜차이즈는 수년씩 인기를 유지하기 어렵다. 때문에 절대 안전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