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으로 몰리는 돈', 넘치는 유동성에 자산시장 과열...코스피는 3600선 회복
입력 25.10.15 12:07
국제 금값 급등…3개월 만에 개인 자금 3천억 유입
시중 유동성 급증하며 투자 자산 대기 수요 커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자산시장으로 지속 유입 중
  • 미·중 무역 갈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고조 속에 시중 유동성이 금 등 자산시장으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국제 선물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내 금 관련 ETF에도 개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 및 증시에도 유동성이 유입되는 모양새다.

    15일 오전 11시30분 기준 KRX 금시장에서 순금(99.99%) 1g 가격은 22만8620원으로 연초(12만8790원) 대비 77.51%(9만9830원) 상승했다. 한 돈(3.75g) 기준 시세는 85만5675원에 달해 1979년 유가 파동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 중이다. 국제 금 선물 가격 역시 이날 온스당 4200달러를 넘어섰다. 

    이 같은 '금 랠리'는 복합적인 글로벌 리스크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중동 정세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무역 발언 등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ETF 시장에서도 금 관련 상품이 수혜를 입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6월 상장한 'TIGER KRX금현물 ETF'의 순자산은 전일 기준 6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장 3개월 만에 6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 ETF 중 가장 빠른 성장세다. 누적 개인 순매수액 역시 3242억 원으로, 올해 신규 상장 ETF 가운데 최대 규모다.

    국제 금값 상승률(57%)보다 국내 금값 상승률(75%)이 더 가파른 것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개인 매수 쏠림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대중 갈등이 완화되거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질 경우 향후 금은 미국 국채와 '안전자산 경쟁'을 벌이며 가격이 빠르게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면 금의 상대 매력이 줄어들 수 있다"며 "안전자산 비중을 조정할 때 금과 채권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며 투자 대기 수요가 크게 늘어난 점이 자산 시장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시중 통화량(M2)이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대인 4344조3000억원으로 불어났다. 4달 연속 증가세로, 규모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회피(헤지) 수요가 금을 비롯해 자산시장으로 꾸준히 흘러들고 있다는 평가다. 가상화폐 시장 및 증시 역시 이 같은 기조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주말 대규모 충격을 겪었던 가상화폐 시장은 15일 오전 현재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억7056만원으로 최근 24시간 사이 강보합세를 형성했다. 특히 환율을 고려한 시세가 해외 거래소 대비 5% 이상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재개 우려로 해외거래소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20% 가까이 폭락했던 상황에서도 국내 비트코인 가격은 1억7700만원대에서 1억6500만원대로 제한적 하락에 그쳤다. 이후 하락분의 절반 가량을 회복하며, 해외 거래소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역시 전일 급락분을 되돌리며 36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는 전일 대비 50포인트 이상 오르며 3620선에 근접했다. 삼성전자(+1.6%), 한화오션(+3.2%), 두산에너빌리티(+7.7%) 등 반도체 외 조선·원전 업종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조선주의 경우 전일 중국이 한화계열 미국 조선사를 제재하겠다고 발표하며 투심이 급속히 냉각되는 분위기였지만, 해당 조선사들의 중국 수주량이 제로에 가까워 실질적 영향은 없다는 분석이 나오며 반등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해 무드'를 연출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코스닥 지수도 1% 넘게 상승해 859선을 기록 중이다. 바이오와 로봇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이며 레인보우로보틱스(+2.9%), 파마리서치(+2.1%) 등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