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직면한 포스코·현대제철…정부의 철강 구조조정안 실효성엔 물음표
입력 25.10.16 07:00
중국의 저가 공세, 美·EU 관세 리스크에 휘청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사도 불안한 분위기
"정부 대책이 유일 해법"…세부 내용에 시선
발표 지연 속 보여주기식 그칠까 우려 시선도
  • 철강업계는 삼중고에 처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 미국의 상호관세에 이어 유럽연합(EU)까지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예고하며 수출길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철강산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업계 안팎에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중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에선 ▲설비 감축 및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 ▲반덤핑 등 불공정 수입에 대한 통상 방어 강화 ▲글로벌 공급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대응 전략 등이 주요 골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어떤 안이 담길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정부안에는 대형 철강사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중소형 철강사를 인수하거나, 각 기업별로 설비를 줄이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인위적인 감축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으나, 물밑에서는 기업 간 통폐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가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선 여야 의원 106명이 'K-스틸법'을 공동 발의했다. 중소형 철강사를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 밸류체인 전반을 도울 성격이 강한 법안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 녹색 철강기술 개발·전환 지원, 규제 혁신 등이 골자다.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테스크포스(TF)에서도 하반기 내 별도로 철강산업에 대한 발전 전략을 낼 전망이다. 

    여러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K-스틸법은 현재 국회 산자위 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그보다 먼저 발의돼 밀려 있는 법안들도 많다. 산자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9월 초 회의에서 5월까지 발의된 법안들만 우선 다루기로 했다"며 "8월에 발의된 K-스틸법은 후순위로 밀렸는데 빠르면 11월, 늦으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K-스틸법은 재정법이자 특별법 성격이라 상임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거쳐야 하고 법안의 세부 내용도 파악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산자부의 철강산업 지원책 발표는 여러 차례 지연됐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뚜렷한 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석유화학 구조조정 논의 때 인센티브 제공이나 통폐합 유도 방식이 결국 대기업만 득을 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 비판이 있었던 것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반덤핑 관세 등으로 한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은 매크로 변수에 따라 업황이 꺾였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같이 나서줘야 한다"며 "올해만 해도 중국의 감산, 정부의 반덤핑 조치 등의 효과에만 기댄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중국산 후판과 중국·일본산 열연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며 판가 회복 효과가 일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업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은 아니고 정부의 반덤핑 조치 효과를 봤을 뿐이다. 현대제철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건설 경기 침체로 봉형강 부문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2분기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U가 고려하고 있는 철강산업에 대한 관세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실적은 더 나빠질 여지가 많다"며 "포스코든 현대제철이든 향후 주가 모멘텀을 위해서는 정부가 철강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철강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부터 포항2공장이 휴업에 들어갔고, 1공장 중기사업부와 현대IFC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같은 해 11월 1선재공장 문을 닫았다. 포스코 중국 장강법인(장자강포항불수강)도 올해 중국 청산그룹에 매각했다.

    철강산업을 지원할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고, 정부의 대책 발표도 거듭 미뤄지고 있다. 과연 정부가 철강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없다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정부나 업계가 얼마만큼 실질적인 대응방안을 고민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철강산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도움을 줘야 할 텐데, 보여주기 식의 논의에 그칠까 봐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