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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최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케이피에프(KPF)의 자회사 티엠씨(TMC) 통과를 두고 업계에선 베일에 쌓여 있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일부 드러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그간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해당 가이드라인이 실제 심사 과정에 적용돼 결과로 이어진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의 규모의 의미로 볼 때 대기업에도 전면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2년 설립된 선박ㆍ해양용 케이블 전문 제조업체 티엠씨는 지난 2일 코스닥 상장예심을 통과했다. 지난 7월 예심을 청구한 지 두 달 만이다. 티엠씨는 모회사 케이피에프가 68.37%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케이피에프가 상장사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논란의 핵심에 있었던 기업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SK엔무브, 제노스코 등 모회사와 자회사 간 사업영역 중복을 이유로 상장이 철회되는 사례가 이어지며 심사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 이번 티엠씨 사례를 통해, 그동안 추정에 그쳤던 '사업·경영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거래소의 심사 3대 원칙이 작동했음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티엠씨 매출은 1852억원으로 케이피에프 연결 매출(3947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반기 순이익은 13억원으로 케이피에프 연결 순이익(247억원)의 5% 미만이었다. 거래소가 자회사 실적이 모회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핵심 판단 기준으로 본 만큼, 이 수치가 통과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영 독립성 확보 노력도 구체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송무현 송현그룹 회장이 케이피에프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고, 티엠씨 이사회 내 사외이사 수를 기존 1명에서 3명으로 확대했다.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하고 모회사와의 특수관계인 거래를 축소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투자자 보호 조치 역시 거래소의 기준을 제시한 첫 사례라는 해석이다. 케이피에프는 일반주주에게 티엠씨 주식을 현물배당(보통주 31주당 1주)하기로 했으며, 배당성향을 기존 13.5%에서 20%로 상향했다. 향후 5년간 20~25% 수준의 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자사주 66만여 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환원책을 강화했다.
티엠씨 예심 통과(2일) 이후 거래소는 15일, 지난 7월에 이어 증권사 ECM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중복상장 관련 내부 가이드라인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거래소는 "계열사 상장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입증되면 상장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으며, 세부 항목으로 ▲지배구조 독립성 ▲이사회 구성 다양성 ▲특수관계인 거래 관리 ▲주주환원 계획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심사 결과, 티엠씨는 영업 및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노력 등 세 가지 기준에 부합했다"며 "앞으로도 중복상장 논란 시 이 같은 원칙을 중심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 기업별로 기준 적용이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될지가 향후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의 경우 모회사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만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심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우려 역시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ECM 관계자는 "티엠씨는 단순한 예심 통과 기업이 아니라, 거래소가 중복상장 심사체계를 실질적으로 적용한 첫 테스트 케이스"라며 "그동안 '눈치싸움'으로 이뤄지던 중복상장 논란이 공식적으로 정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가 이 기준을 향후 다른 기업에도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중복상장 IPO 시장의 불확실성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래소, '독립성 중심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첫 실질 적용 사례
이사회 확대·특수관계 거래 축소 등 독립성 강화 조치 주효
"중복상장 질적심사 공식화…계열사 IPO 예측가능성 높아져"
이사회 확대·특수관계 거래 축소 등 독립성 강화 조치 주효
"중복상장 질적심사 공식화…계열사 IPO 예측가능성 높아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10월 17일 15:11 게재